대학 용적률 높여줬더니…'혁신시설' 투자 줄줄이 따라와

입력 2023-12-13 14:14
수정 2023-12-13 14:22
서울시가 첨단시설을 확충하는 대학에 용적률과 건물 높이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주기로 하면서 각 대학들이 반도체클린룸, 연구 실험실, 강의공간 등을 잇달아 확충하고 나섰다.


13일 서울시가 마포구 홍익대 잔다리홀에서 개최한 대학 공간혁신 사례공유 발표회에서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바뀐 규정을 활용해 대학의 혁신공간을 넓히고 정비한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성태 서울총장포럼 회장(상명대 총장)을 비롯한 8개 대학교 총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오 시장이 용적률이 꽉 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학을 위한 '도시계획 지원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할 경우 용적률을 1.2배까지 완화해주며 주변에 영향이 없는 경우 자연경관지구 내 대학시설의 높이 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시에 따르면 그동안 서울지역 대학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해 학과를 증설하려 해도 공간이 없어 난관을 겪는 일이 잦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대학은 주변으로 확장을 하기 어렵고 이미 주어진 용적률의 80% 이상을 사용하는 대학이 26%(54개교 중 14개교)에 달한다"며 "기존에 사용되던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반발이 커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기간도 오래 걸렸다. 학과 간 공간조정 등 내부 관련 위원회를 거쳐 이사회 승인까지 통상 10개월 이상의 의사결정 및 기본구상 절차가 필요했다.

시는 개정 조례 시행에 맞춰 공간혁신을 위한 기본구상을 마련하고 대학이 요청하면 개정된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건축 가능범위를 미리 알려주는 컨설팅을 시행했다. 이런 규제 완화를 통해 고려대는 정운오 IT교양관의 건축계획을 기존 7층에서 10층으로 변경하기로 했고, 연세대는 반도체 클린룸과 연구실험실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두 사안 모두 연내 결정고시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강대, 성균관대, 세종대, 이화여대, 중앙대는 AI 대학·산학벨트 등 첨단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신·증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미 용적률이 한도에 도달한 홍익대의 경우 혁신성장구역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혁신캠퍼스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오세훈표 미래 혁신 대학'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대학의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과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 인허가 과정의 기준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한다. 내년 상반기 사업 실행 단계의 혁신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홍 총장은 "서울 소재 대학의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해 산·학·연 과제와 국책과제 등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시의 지원으로 신·증축이 가능해지면서 산·학 협력 연구 활동을 강화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서울권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번 자리를 계기로 더 많은 대학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서 창의적인 핵심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릴 공간혁신을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대학의 혁신이 곧 도시의 혁신을 도모할 핵심 엔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