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이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12일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및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유아인과 그의 지인인 최모 씨(32)의 1차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 시작에 앞서 유아인과 그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희망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유아인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공동범행인 대마 흡연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아인의 대마 흡연 교사 및 증거 인멸 교사, 범행 도피 등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유아인의 변호인은 "(대마 흡연 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사실관계나 법리에 있어서 깊이 있게 검토할 부분이 다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 기록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의견 말하겠다"고 부연했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4개 의원에서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처방받은 스틸녹스정과 자낙스정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매수하거나, 자신의 아버지, 누나, 최씨 등 6명 명의로 약을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그는 지인에게 누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누나 행세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의사에게 아버지에게 전달할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아인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에 의해 소변, 모발, 휴대폰 등이 압수된 후 최씨 등 지인들과 수사상황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휴대전화를 다 지우라"며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지난 1월 최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아인은 로스앤젤레스 숙소 내 야외 수영장에서 일행과 궐련형 대마를 흡연했으며, 브이로그 영상 촬영을 위해 수영장을 찾은 한 유튜버가 이 장면을 목격하자, "너도 한번 이제 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며 대마를 권했다.
유튜버가 자신의 대마 흡연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것을 우려해 그를 '공범'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유아인이 대마 흡연 경험이 없는 유튜버에게 '너도 한번 해볼 때 됐다'라고 하거나, 대마를 입에 대고 피우는 시늉만 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깊이 들이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유아인의 첫 공판기일은 당초 지난달 14일로 예정됐지만, 유아인 측이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미뤄지게 됐다. 이후 유아인은 법률대리인을 정비하고, 추가 선임계를 제출했다. 유아인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동진과 법무법인 해광 등에 소속된 변호사 등 총 5명으로, 이들 중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 마약 수사전문 검찰 출신 등이 포함됐다. 이날 재판에는 법무법인 해광 소속 4명의 변호인만 참석했다.
재판에 앞서 이날 올블랙으로 맞춰 입고 법정에 들어선 유아인은 "여러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해 할 수 있는 설명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특히 저로 인해 크게 실망하시고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