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품은 해외 진출의 큰 그림이 (쉐어칸 인수로) 거의 다 그려진 것 같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12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쉐어칸 인수는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었던 딜”이라며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미래에셋그룹 창업주로서 글로벌 사업의 ‘마지막 퍼즐’을 찾았다는 자신감이 읽혔다. 그는 “후대 경영인들이 (인도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인도는 제조업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금융업은 초기 단계라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다음 성장축은 인도”박 회장은 2018년 그룹에 글로벌전략가(GSO) 자리를 따로 마련해 취임한 뒤 해외 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셋이 성장하면 한국에는 운용할 자산이 부족해질 것이고 성장판은 닫힐 것”이라며 “금융도 수출해야 한다”며 해외 진출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박 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성장의 주요 기반을 확보했다. 2018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기업 글로벌X를 과감하게 인수한 것은 ETF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할 당시엔 저금리 시대에 증권업은 자기자본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M&A는 박 회장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성장축이 인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을 잘 보여준다. 박 회장은 2021년 3주 동안 인도 경제계 곳곳을 돌아보면서 판단에 확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영국 총리도 인도계가 맡고 있다”며 “인도인은 과거 유대인처럼 세계 곳곳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 10월 인도인이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을 이끌고 있는 스와럽 모한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인도 시장 공략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박 회장은 “증권업은 스노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초기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지 유일한 외국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본 확충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5년 내 인도 증권사 5위 안에 들겠다”며 “앞으로 1조원 이상 증자를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은 브로커리지(주식 거래)뿐 아니라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은 쉐어칸 인수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성장주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성장하는 시장에 골고루 분산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시장에서 13번의 M&A를 했다”며 “미래에셋에는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M&A보다 인수후통합(PMI)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M&A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본다”며 “앞으론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박 회장은 인도 시장에 집중하면 중국 시장 비중이 줄어드냐는 질문엔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이 밀려나고 있는 게 정부 규제와 텃세 때문이란 인식이 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 상품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며 “애플이나 루이비통이 밀려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제품 대비 확실한 우위, 초격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시장에 대해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봤다. 박 회장은 “금리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진 않지만 대부분 주식이 상승하는 과거와 같은 흐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AI, 바이오 분야를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산업과 관련해선 “국내에서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아직은 점유율을 더 확보해야 한다”며 “과거 3000개가 넘던 미국 자동차회사가 3개로 압축된 것처럼 개별 기업의 성과는 시간이 흘러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회장은 지난 10월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등 창업 공신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50대 전문경영인이 채웠다. 그는 “증권사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올해 경영진 세대교체에 나선 것은 그만큼 한국의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에 묶여 있으면 위기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리=최만수/성상훈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