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이 분기점을 맞았다. 그는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1등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당 혁신위원회가 그를 ‘희생 대상 1순위’로 꼽은 것도 이런 위상을 가진 그의 결정이 당내에 미칠 ‘선순환’ 여파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의 불출마 선언이 연쇄 호응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총선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을 테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면 그 끝은 공멸일 것이다. 1차 관건은 김기현 대표의 선택이다. 김 대표는 그제 당 혁신위원회 활동 종료 때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숙고에 들어갔다. 민심의 호응을 얻으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답변을 내놔야 할 것이다.
물론 주류 용퇴 또는 험지 출마가 혁신의 전부는 아니다. 여당이 앞장서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 정치 혁신이다.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에 일정 부분 답이 있다. 김 대표도 제안한 바 있는 국회의원 10% 감축은 규제·포퓰리즘 입법 폭주와 정치 과잉으로 인한 폐해, 고비용·저효율 국회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당성을 가진다. 불체포·면책 등 100가지가 넘는 의원 특권 포기, 그간 숱하게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고 있는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등은 반드시 실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 수준의 의원 연봉과 보좌진 감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입법부 기득권 타파도 절실하다. 마구잡이 탄핵 추진으로 대통령도 걸려들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은 비대해진 의회 권력의 한 단면이다.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입법권 오남용 폐해도 크다.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까지 빼앗으려 하고 예산 편성권까지 갖겠다고 달려들며 행정부를 시녀화하려고 한다. 사법부마저 발아래 두려고 한다. 이런 무소불위 의회의 폭주에도 견제 수단이 없어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3권 분립은 근본부터 흔들린 지 오래다. 국회선진화법은 입법을 흥정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집권 여당이 인적 쇄신을 넘어 국회 개혁을 아젠다로 끌고 나가 그 초석이라도 마련하고, 정책과 미래 비전에 대한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내놓으며 차별화한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