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주식운용역, '투폰' 썼다가 해임…수위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23-12-12 16:06
수정 2023-12-14 08:43
이 기사는 12월 12일 16: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에서 국내 주식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업무 중 휴대폰을 사용하다 발각돼 해임 처분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규정을 위반했어도 중징계까진 과도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주식운용실 A운용역(전임)에게 해임 처분을 통보했다. 국민연금의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나뉜다.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중징계다. 이 운용역은 재심을 청구해 소명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재심을 통해 감경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A운용역은 업무 중 제출하지 않은 휴대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징계 대상에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을 통해 국내 주식을 담당하는 주식운용실 산하 팀에 한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주식운용실 운용역들은 주식시장이 열려 있는 시간 동안 개인 휴대폰을 보관함에 두도록 한다. 이 직원은 출근 때 업무용 휴대폰을 제출한 뒤 별도의 공기계 휴대폰에 유심을 갈아 끼워 사용하다 발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휴대폰을 사용했다면 해임까지 나가지 않을 사안이지만 A운용역은 과거 휴대폰 사용 내역에 대한 제출 요구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각 당일의 휴대폰 사용 이력을 제출했으나 이전 사용 내역까진 제출하지 않아 본보기 성격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셈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역들에게 휴대폰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행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국내 주식 137조원을 주무르는 운용역들이 업무 중 휴대폰을 사용해 업무상 취득한 투자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빼돌릴 수 있단 우려에서다.

국민연금 안팎에선 과도한 징계 조치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임은 과거 국민연금 운용역 4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받게 된 징계 수위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A운용역이 휴대폰을 통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유출하진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민연금이 장중에 직접 개별 주식에 대한 정보를 다루진 않고, 발각 당일 사용 이력에서도 유출 정황이 발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 위반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운용역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 운용역들은 업무 중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까지 제한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운용역 상당수가 근무 시간에 ETF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운용역들의 ETF 투자를 금지한 바 있다. 또 주식 운용역들은 성과급 지급 체계상 대체투자 부서 운용역들보다 적은 성과급을 받는단 점도 불만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 국민연금 출신 금융권 관계자는 “해임은 재취업에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매우 강도 높은 중징계”라며 “규정을 어긴 건 맞겠지만 이렇게까지 강하게 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