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과 팀을 이뤄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크래프톤이 총쏘기(FPS) 게임 ‘펍지: 배틀그라운드’에 이르면 내년 생성 AI를 활용한 가상 인물을 도입하기로 했다. AI 동료는 사람 게이머와 흡사하다. 감정을 담아 음성으로 대화하고 전술에 대한 의견도 내놓는다.
크래프톤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뉴립스 2023’의 메인 트랙에서 AI 플레이어와 관련한 논문 등 총 5편의 논문을 발표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뉴립스는 1987년 처음 열린 세계 최대 규모 AI 학회다. 구글,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참여해 AI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다. 크래프톤은 이번 학회 메인 트랙에서 국내 기업 중 네 번째로 많은 5건의 논문을 게재했다. 삼성(26건), 네이버(13건), LG AI 연구원(8건)의 뒤를 이었다.
크래프톤은 이번 논문에서 소개한 기술을 적용해 친구처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생성 AI를 내놓기로 했다. 게임용 생성 AI인 ‘버추얼 프렌드’를 내년 안에 게임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챗GPT 수준의 AI와 팀을 짜거나 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텍스트 발화 기술과 사람 표정을 3차원 그래픽으로 모방하는 기술 등도 내년 게임 개발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게임 개발을 전담할 조직도 따로 꾸렸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게임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AI 음성 인식 기술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이 스튜디오의 목표다. 크래프톤은 2021년 딥러닝본부, 지난 4월 AI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전사적으로 생성 AI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직원의 90% 이상이 업무에 AI를 쓰고 있다는 게 크래프톤의 설명이다.
다른 게임사들도 생성 AI 물결에 올라탔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가상 인물 개발에 적용하기로 했다. 넥슨은 그래픽 제작 시 초안을 맡기는 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로 만든 음성이 들어간 FPS 게임인 ‘더 파이널스’를 지난 8일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의식하지 않으면 실제 사람의 음성과 구별이 어려운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8월 자체적으로 게임 개발용 소형 LLM을 만든 뒤 이를 사내 콘텐츠 제작에서 시험하고 있는 단계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