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관리, 방범 등의 명목으로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다가도 사고가 터지면 CCTV부터 확보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CCTV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몇 가지 법률 이슈들을 단골로 마주하게 된다. 올바른 사내 CCTV의 설치 및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i>Q. CCTV 영상은 개인정보인가?</i>
A. 사람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CCTV 영상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 CCTV 촬영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등으로 평가되며, 사용자는 ‘개인정보처리자’, 촬영된 근로자는 ‘정보 주체’가 된다.
<i>Q. 사내에 CCTV를 설치·운영하려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i>
A. 설치 장소·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CCTV 설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나,예외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가능한 공개된 장소에 시설 안전·화재예방, 범죄 예방 등 특정 목적을 위해 CCTV를 설치·운용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가능하다(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58조). 일반적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사무공간은 비공개 장소이므로 위 목적 외에도 설치가 가능할 것이나, 사무공간이라도 불특정 다수인이 제한없이 출입 가능하다면 공개된 장소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비공개 장소에서 사용자가 CCTV를 설치·이용하려면 정보 주체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제2호),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제6호) 등에 한해서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설치된 CCTV 수십여대를 검정색 비닐봉지로 씌워 촬영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CCTV를 골라서 비닐봉지를 씌운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이에 따르면 직원들의 근무공간, 출퇴근 공간에 CCTV를 설치하려면 그 장소를 출입하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i>Q.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 CCTV를 설치·이용할 수 있나?</i>
A.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 설치’는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이다[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 제20조 제1항 제14호]. 시설 보안 목적으로 설치된 CCTV라 해도 근로자들의 근로현장과 출퇴근 장면 등이 촬영된다면 근로자 감시설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8도1917 판결). 따라서 노사협의회가 있는 3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CCTV 설치와 관련하여 노사협의회의 협의 절차를 충실히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CCTV를 설치·이용할 수 있는가? 근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버스회사가 노사합의를 거쳐 운전석 쪽에 CCTV를 설치한 경우 근참법 제20조 제1항 제14호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수원고등법원 2021. 4. 8. 선고 2020나17579 판결). 다만 이는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이용객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CCTV 설치가 불가피한 버스회사의 특수성이 고려된 것으로,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다.
<i>Q. 시설 보안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면,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필요하고 명백하게 근로자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서, 근로자의 동의 없이 설치·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i>
A.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것이나, 예외는 좁게 인정되는 경향이다.
①대법원은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공장부지 내부 및 출입구를 촬영한 CCTV는 그에 의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이고, 직·간접적인 근로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며, 회사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8도1917 판결).
②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회사가 정당한 이익(영업비밀 유출 및 도난 방지)을 위해 사무실 내부에 CCTV를 설치·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책상과 컴퓨터 화면까지 24시간 촬영하여 저장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한다고 봤다(개인정보위 2022. 6. 22.자 제2022-011-067호 결정).
③반면 한국철도공사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철도차량 운전실에 CCTV를 설치한 경우, 운전제어대와 그 위에 위치한 기관사의 손만 촬영하고 촬영된 영상을 최장 7일간 열람·이용한 것은 공사의 정당한 이익(철도사고 원인 규명과 승객의 안전 확보) 달성에 필요하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하지 않으며, 촬영대상 및 보관기관 등을 감안할 때 공사의 정당한 이익이 기관사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보다 명백히 우선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개인정보위 2015. 7. 13.자 제2015-12-22호 결정).
④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관리단 소장이 CCTV를 통해 소속 미화원의 무단외출 여부를 확인한 경우, 시설물 안전관리나 도난방지 등을 위해 설치한 CCTV를 직원의 동의 없이 직원 근무 감시에 사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국가인권위 2017. 2. 8.자 16진정0959300 결정).
<i>Q. CCTV 영상을 징계 자료나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나?</i>
A. 사용자가 근태 관리, 비위행위 확인, 업무평가 등의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고, 근로자의 동의도 받았다면 CCTV 영상을 징계·평가자료로 활용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시설 관리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는데, 나중에 근로자의 동의 없이 근태 관리수단 또는 징계 및 평가 근거로 삼는 경우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1호). 따라서 원칙적으로 시설 보안 등의 목적으로 설치된 CCTV 영상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용하는 것은 위법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역시 2023. 1. 개인정보보호가이드라인(인사노무편)을 통해 ‘적법한 사유 없이 디지털 장치 도입·설치 목적과 다르게 이를 근태관리 또는 징계목적으로 운용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i>Q. 근로자 동의 없는 CCTV 영상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징계 절차나 민사·행정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나?</i>
A. 사안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판례는 형사소송 절차에 적용되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사법(私法) 관계인 기업의 징계절차나 민사소송 등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태도다(수원고등법원 2021. 4. 8. 선고 2020나17579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1. 4. 7. 선고 2020가합102208 판결 등 다수). 따라서 CCTV영상의 수집·이용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더라도, 내부 징계절차나 민사·행정소송에서 곧바로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한 징계의 정당성이 법원 등에서 다퉈질 경우 정당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최근 법원은 영업직 사원이 상습적으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고 근태가 불량해 징계를 받은 사안에서,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잠복하면서 근무지 이탈 행위를 촬영하여 이를 징계 증거자료로 사용한 것은 불법 채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가합541337 판결). 사용자가 현실적으로 직접 촬영 외에 근태 확인 및 근무지 이탈 증거를 수집할 방법이 없고, 상시 감시한 것이 아니라 비위행위에 관한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며, 근로자가 ‘근무시간 중 어디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사생활 영역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i>Q. CCTV를 통해 직원들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나?</i>
A. 될 수 있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초래한다면 말이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 등에서 ‘CCTV를 통해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행위’, ‘회사 내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해당 모니터가 중간관리자의 자리에 설치되어 있음. 출입구 등에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아 CCTV 외에는 직원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간식을 먹고 난 후 ‘간식은 맛있었냐’는 등 실시간으로 모니터로 직원들을 관찰하고, 경고메일, 메시지 등을 보내는 방식으로 감시 사실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킨 경우’를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들고 있다.
<i>Q. 노동조합을 감시하려고 CCTV를 설치한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나?</i>
A.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항). 최근 법원은 회사가 공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조합원들의 근태를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문답서를 발송하여 징계하겠다고 한 행위를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3. 5. 11. 선고 2021구합69653 판결). 고용노동부 역시 “작업장 내 CCTV 설치가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하여 조합원에 대한 감시활동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노조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노조 68107-1085, 2001. 9. 25.).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CCTV 설치·이용이 부당노동행위로 오인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