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일본의 투타 겸업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29)가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총액 7억달러(약 920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연봉 총액으로는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다저스를 다음 팀으로 택했다”며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응원해주신 LA 에인절스 구단과 팬들, 이번 협상 과정에 참여해주신 각 구단 관계자께 감사드린다”며 “다저스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는 이날 계약 조건이 “10년간 7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총액과 연봉 면에서 MLB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던 ‘초대형’ 규모다. 먼저 오타니 이전 MLB 최고 계약 규모는 2019년 외야수인 마이크 트라우트가 에인절스와 맺은 12년 4억2650만달러였다. 오타니는 4억달러 시대를 처음 연 트라우트를 넘어 단숨에 ‘7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평균 7000만달러 연봉도 MLB 역대 최고다. 이전까지는 투수 맥스 셔저와 저스틴 벌랜더가 뉴욕 메츠에서 받은 4333만달러가 최고 연봉 기록이었다. AP통신은 “오타니의 연봉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수단 전체 급여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MLB를 넘어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도 전례가 없다. 미국 CBS에 따르면 오타니 이전 프로스포츠 최대 계약은 리오넬 메시와 바르셀로나가 맺은 6억7400만달러(5년)였다. 메시 다음으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 알 나스르의 5억3700만달러(3년·추정치)다.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규모는 미식축구 선수 패트릭 마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맺은 4억5000만달러(10년)였다. ‘연봉’에선 메시와 호날두가 앞서지만, 총액에선 모두 오타니보다 적었다.
다저스가 이런 초대형 계약을 맺은 요인으로는 오타니가 지난 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투타를 겸업하고도 최정상급 성적을 내며 얻은 스타성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MLB 타자 최고 계약인 트라우트의 4억2650만달러, 역대 MLB 투수 최고 계약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3억2400만달러를 합하면 7억달러가 조금 넘는다.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투수로나 타자로나 최고 대우를 해줬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오타니는 MLB 데뷔 첫해인 2018년 타자로서 22홈런, 투수로서 4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을 받았다. 2021년과 올해는 AL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MLB에서 여섯 시즌 통산 투수로서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고, 타자로서는 171홈런 437타점, 통산 타율 0.274를 남겼다. 장타율과 출루율 합계인 OPS는 0.922를 기록해 ‘슈퍼스타’ 기준으로 꼽는 0.9를 가뿐히 넘겼다. 다만 오타니는 올해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내년 시즌엔 지명타자로만 뛴다.
초대형 계약이 성사된 또 다른 배경에는 오타니의 ‘통 큰 양보’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MLB닷컴은 “오타니의 계약이 10년 총액 7억달러지만, 계약 기간 내 평균 수령액은 7000만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오타니가 연봉 상당액을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 받는 ‘유례없는 연봉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를 먼저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연봉 지급 유예는 메이저리그 다년 계약에서 구단의 지급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합의 조항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