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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4개월째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다. 2020년 11월 후 최대 낙폭이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0.1%)와 전월(-0.2%)을 크게 밑돈 수치로,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PI는 중국 소비자의 구매 추세와 인플레이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번 CPI 하락은 식품 물가가 전년 대비 4.2% 떨어진 것이 주요 변수가 됐다. 이는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31.8% 급락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3년 전 소비자물가지수가 0.5% 떨어질 때도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주요 변수가 됐다. 이 밖에도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급증 등이 내수를 움츠러들게 한 요인이라는 평가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디플레이션 부담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 11월 PPI 상승률은 예상치(-2.8%)보다 낮은 -3%를 기록했다. 10월(-2.6%)에 이어 14개월 연속 하락세다.
11월 경제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정부가 이달 중하순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8일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에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우호적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시장 침체에 대응할 촉매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