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가 커지고 산업이 발전할수록 폐기물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폐기물을 물질로 다시 이용하거나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어났다. 최근 폐기물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폐기물을 순환경제 고리(loop) 안에서 자원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폐기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폐기물 관리 원칙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보기 어렵다. 폐기물 관리에서 제1의 원칙은 ‘발생 억제’이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폐기물은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해야 한다. 이마저도 불가능한 경우에는 고형연료, 소각열 회수 등을 통해 에너지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최선의 덕목인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에 비춰봐도 왜 발생 억제가 폐기물 관리의 제1의 원칙인지 자명하다. 새 제품을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그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에너지화해 줄일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회용 배달 용기를 예로 들어보자. 사용하고 버려진 용기는 선별장으로 운반된 뒤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플라스틱 재질별로 분류된다. 이후 재활용 업체에서 파쇄·세척·용융 등을 거쳐 새로운 제품을 만들게 된다. 생산된 제품은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퀴 스토퍼 등 품질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 고품질 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은 최근에야 선보였다.
따라서 분리배출만 잘하면 재활용되니까 마음껏 써도 된다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일회용품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어 폐기물 발생 억제를 중점 적용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일부 소상공인에게만 부담을 지워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일회용품이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음식점을 고를 때 ‘다회용컵 사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종이컵을 쓰는 가게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다회용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다회용품이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일회용컵은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찻잔에 담긴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맛과 향을 온전히 전달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도 많이 발생시킨다. 이제는 일회용품과 헤어지자고 외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합심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일회용품을 덜 쓰겠다고 결심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