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디즈니에 영감 준 원조 '겨울왕국'

입력 2023-12-08 18:43
수정 2023-12-09 00:38
겨울왕국. 요즘은 이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는 노래가 자동 재생되지만 디즈니 만화영화가 나오기 전만 해도 원조 겨울왕국은 동화책에 있었습니다.

1845년 발표된 한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은 겨울과 얼음을 다룬 고전입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카이라는 소년, 그의 단짝친구인 게르다라는 소녀, 그리고 눈의 여왕에 대한 이야기예요. 눈송이를 지배하는 눈의 여왕이 매혹적인데, 그녀는 유럽 북부 라플란드에 얼음의 궁전을 지어놓고 어린아이들을 데려가죠.

이야기는 마치 얼음 같은 거울 조각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악마가 자신이 반사하는 모든 것을 나쁘고 추한 모습으로 왜곡하는 거울을 만들어내요. 그 거울로 천사를 비춰보려고 하늘로 가져가다가 그만 깨져버리죠. 수십억 개의 거울 조각은 땅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눈이나 심장에 박혀요. 거울 조각들은 사람의 마음을 얼음처럼 차갑게 만들어버립니다.

따뜻한 심성을 가졌던 카이는 심장 한가운데에 거울 조각이 박힌 뒤 냉정하게 변해요. 어느 날 카이는 썰매를 타고 놀다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갑니다. 몸 전체가 투명하고 싸늘한 얼음 결정체처럼 보이는 그녀는 카이에게 두 번 입을 맞춥니다. 그러자 카이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할머니와 게르다에 대한 기억을 잃어요. 눈의 여왕의 첫 번째 입맞춤은 추위를 잊게 만들고, 두 번째는 사랑하던 사람을 잊어버리게 해요. 아직 세 번째 입맞춤은 없었는데 세 번째는 목숨을 앗아갑니다.

이때부터 게르다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카이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카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요. 갖은 고생을 겪으며 마녀와 산적, 순록을 만나고 끝내 라플란드 얼음의 궁전에 도착한 게르다는 얼음처럼 얼어붙은 카이를 마주합니다. 눈의 여왕은 카이에게 난해한 퍼즐 같은 얼음 조각들을 맞춰 ‘영원’이라는 단어를 만들어야만 풀어주겠다고 했어요.

게르다는 카이에게 달려가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립니다. 따뜻한 눈물은 카이의 심장에 박혀있던 거울 파편을 녹였고, 두 사람의 환호에 깨어진 거울 조각들은 ‘영원’이라는 단어 모양을 이뤄요. 그렇게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던 집에 들어선 순간, 둘은 어른이 됐으며 이제 해가 바뀌어 계절은 여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작품은 비뚤어지고 얼어붙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 순수와 사랑뿐이라고 강조합니다.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결말과도 비슷하죠. 겨울왕국에서 얼어붙은 안나의 심장을 녹인 건 진정한 사랑이었으니까요.

혹독한 겨울,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기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