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정치 테마주가 기승이다. 대상홀딩스 우선주가 ‘한동훈 테마주’로 엮이며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2015년 6월 15일 이후 우선주 기준 가장 긴 거래일 상한가 기록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단 9거래일 만에 대상홀딩스 우선주와 대상홀딩스 주가는 각각 525%, 109% 치솟았다. ‘폭탄 돌리기’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급등 배경부터 양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이성적이다. 유일한 급등 재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배우 이정재 씨가 함께 찍은 이른바 ‘갈비탕 회동’ 사진 한 장이다. 사진 공개 이후 발행주식 수와 유통 물량이 적은 대상홀딩스 우선주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대상홀딩스 우선주를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해 거래가 정지되자 광풍은 대상홀딩스와 대상 우선주로 옮겨붙었다.
지난 6일 회전율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테마주일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회전율 1위 종목이던 태양금속 우선주도 한동훈 테마주였다. 창업주인 한우삼 회장이 한 장관과 같은 청주 한씨라는 이유로 투기성 매수세가 몰렸다니 어이가 없다. 정치 테마주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도 테마주에 실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연·지연이 상장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끌어올릴 리 만무하다. 단지 투기적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많은 투자자가 ‘영끌 빚투’로 코인·주식·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했다. 교훈을 얻는가 했더니 올 들어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빚투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말은 처참했다. 지난 7월 60만원 가까이 육박했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3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묻지마 테마주 쏠림 현상은 한국 증시의 후진적인 고질병이다. 이런 후진적 투자 문화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