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경(풀체인지)'된 신차인 경우 보통 출시 후 2년까지는 프로모션(판촉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통인데 5시리즈는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프로모션이) 대폭 풀렸다. 아무래도 벤츠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BMW 전시장에서 만난 영업직원은 "최근에 경기침체라고들 하지만 연말에 판촉 경쟁이 벌어져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예상보다 많다"며 이 같이 귀띔했다.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 '왕좌'를 두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간 경쟁이 치열하다. 두 회사의 판매량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1위 자리를 두고 연말 막판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BMW의 인기 모델인 520i 8세대 모델(6880만원)은 400만~500만원 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출시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풀체인지 모델인 데다 지난달에만 1108대 팔린 인기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폭의 할인이 들어갔다.
이보다 고가 트림에 속하는 530i xDrive는 기존 8420만원에서 700만원 인하한 7720만원까지 프로모션을 적용하고 있다. BMW 5시리즈 최초의 전기차인 i5는 550만원가량 할인되고, 디젤 모델인 523d의 경우 50만~150만원가량 가격을 낮췄다.
벤츠도 볼륨모델인 E클래스 일부 트림에 대해 최대 176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정가 대비 15~20%에 달하는 할인폭이다. 벤츠는 내년 1월 신형 E클래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연말에는 기존 E클래스 중심으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전속 금융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에서 E클래스 운용리스 프로모션, 전기차 EQS 대상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 등을 운영해 차량 구입시 한 번에 목돈이 드는 부담도 덜어주 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벤츠 영업점 관계자는 "판매사마다 가격 편차가 커서 구체적 프로모션 조건은 직접 매장에 들러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11월 누적 기준 BMW는 국내에서 6만9546대를 팔아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벤츠 판매량은 6만8156대로 BMW와의 차이는 1390대에 불과하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10~2015년에는 5시리즈를 앞세운 BMW가, 2016년부터는 E클래스가 인기를 얻은 벤츠가 1위를 지켜왔다. BMW가 연말까지 1위 자리를 계속 지키면 8년 만에 수입차 왕좌가 바뀌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E클래스와 5시리즈 등 수입 중형차 국내 판매량이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워낙 높다 보니 매년 할인을 통한 '연말 밀어내기' 현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이번엔 벤츠가 수입차 1위를 유지할지 여부가 화제가 돼 연말 프로모션이 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