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미 중앙은행(Fed)이 적어도 내년 7월까지는 금리인하를 보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긴축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Fed가 그렇게 할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문에 응답한 경제학자들의 60% 이상이 2024년 3분기 이후까지 Fed가 양적 긴축 프로그램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의 자산 축소 작업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Fed는 지난해 9월부터 월 최대 950억달러씩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다. 2010년대 실시했던 양적 완화와 반대로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달러화를 흡수한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조사는 40명의 저명한 영·미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FT와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켄트 A 클라크 글로벌 시장 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금리 인상 국면이 끝났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은 금리 인하는 내년 3분기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시장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전망이다. 뉴욕 월가에선 Fed가 이르면 3월부터 금리를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은 약 4%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선물 트레이더들의 자금 움직임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는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제임스 해밀턴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에 여전히 많은 모멘텀이 있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낮출 필요는 없다"며 "Fed도 그렇게 할 계획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로버트 바베라 존스 홉킨스대 금융 경제학 센터장은 "Fed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의 꾸준한 개선과 노동 수요의 확실한 감소를 모두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미국 경제는 월 평균 19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총재가 언급한 것과 같이 2010년 이후 최근 10년 평균에 근접한 속도다. 다만 일자리 증가세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흡수하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점이 불안요소란 지적이다.
원유와 같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변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라 코로네오 요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 시장의 임금 상승 뿐만 아니라 유가 충격이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유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2024년에도 원유 생산량을 감축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내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절반이 조금 넘는 경제학자가 2025년 3분기 이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