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0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하고 그룹 2인자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언급하며 변화의 메시지를 던진 만큼 전격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SK는 7일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59)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했다.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룹 내 2인자 자리로 꼽힌다. 최창원 의장 임기는 2년이다.
SK는 이날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이같은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SK그룹은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 의견이 모아져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60대 부회장단 자리를 50대로 교체하는 등 차세대 CEO들이 전격 배치됐다. 앞서 재계에선 최 회장이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 화두를 지난 10월 다시 들고 나온 배경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대대적 인사 물갈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됐다.
SK㈜ 사장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59)이,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59)이 각각 선임됐다. 또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56)을,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55)를,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58)을 각각 선임했다.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48), SK엔무브 사장에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53)이 각각 보임됐다.
지난 7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핵심 인사로 꼽히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63)과 장동현 SK㈜ 부회장(60),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60) 등 60대 부회장단은 이번 인사로 2선으로 물러난다.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할 예정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되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대표를 맡아 성공적 기업공개(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김준 부회장도 대표이사를 내려놓고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륜과 경험을 살려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예정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
이번 인사에서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34)이 부사장급 임원으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띈다. 입사 후 7년 만의 임원 입성이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아 향후 사업 개발 조직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차녀 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뒤 미국 법인으로 옮겨 근무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휴직한 상태다. 장남 인근씨는 SK E&S 북미법인 패스키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내에서 경험과 경륜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