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사시면 즉석에서 구워드립니다.”
활어 코너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사자 직원이 “집에서 냄새나지 않게 구워가시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일 코너에선 일부 소비자들이 과일을 집어들자 그 자리에서 세척해 원하는 사이즈대로 잘라서 진공 포장을 해줬다. 육류 코너에서는 현장에서 돈까스를 튀기고 있었다. 진열대엔 각 고기 부위와 함께 어울리는 버터·치즈가 함께 진열돼있었다. 인천 '최초' '최대' '최고' 모두 노렸다
7일 찾은 롯데백화점 인천점 식품관은 기존 백화점 식품관들과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7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기존에 롯데마트가 입점해있던 인천점 지하 1층을 ‘푸드에비뉴’로 재단장해 오픈했다. 1만1570㎡(약 3500평) 규모로 인천 지역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이다. 윤우욱 롯데백화점 푸드부문장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육류는 백화점 최초로 직매입하는 등 가격적 우위를 높였다”며 “고객 체험 요소를 중점적으로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목표는 인천점 식품관을 ‘미래형 식품관’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리미엄 식료품점엔 ‘레피세리’, 와인 전문점엔 ‘엘비노’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처음 적용했다. 총 1980㎡(약 600평) 규모의 레피세리는 단순 식료품 판매를 넘어 과일·육류·생선 등 소비자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백화점 최초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민영활어공장’이나 서울 잠실 유명 반찬 가게인 ‘데일리반찬가게’도 입점했다.
전 세계 2000여종의 와인을 모아 놓은 엘비노와 레피세리 내에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수 제품을 선보이는 ‘프리미엄 워터바’는 인천 지역 고소득층을 정조준한 매장이다. 특히 엘비노엔 와인을 구성하는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는 ‘아로마존’과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바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 경험을 강조했다.
2030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식음료(F&B) 브랜드도 대폭 강화했다. 이번 푸드에비뉴 개관으로 총 35개의 새로운 국내외 유명 F&B 매장이 입점했다. 이 중 22개 브랜드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광평·호우섬 등 인천 최초 입점 매장이다. 백화점에 최초로 입점한 브랜드만 8개다. 서울 유명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의 송치훈 셰프가 주축이 된 솥밥 전문점 ‘일월오악’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바이어가 본점이 아닌 지역 점포에 브랜드를 개발한 최초의 케이스다.
독일 베를린 ‘보난자커피’, 서울 연남동 ‘터틀힙’, 서울 성수동 ‘뵈르뵈르’ 등 카페 및 디저트 브랜드 라인업도 강화했다. 인천점 소비자층이 2030세대와 4050세대가 골고루 나타나고 있는만큼 노포와 유명 디저트 가게까지 F&B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인천 상권 놓고 치열해지는 경쟁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인천점 식품관에 공을 들인 데엔 인천 상권을 둘러싼 신세계백화점과의 오랜 경쟁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이 인천시로부터 임차해 인천점을 운영하던 부지를 2019년 시로부터 전격 인수해 이곳에 지금의 인천점을 열었다.
현재 인천점은 인구 300만명에 육박하는 인천의 유일한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이 인천점(당시 인천터미널점) 오픈과 동시에 기존에 운영하던 구 인천점과 부평점을 연이어 폐점했기 때문이다. 인천점의 지난해 매출은 7481억원으로 경기·인천 지역에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맞서 오는 2027년 말까지 인천점과 연결된 인천종합터미널과 주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까지 합친 총 13만550㎡(약 4만1000평) 규모의 대규모 롯데타운 건설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내년 3월까지 인천점 식품관 2공구 공사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부터 각 층의 리뉴얼 공사에도 들어간다. 지역 연고 야구 구단을 인수한데 이어 오는 2027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스타필드 청라를 중심으로 설욕에 나선 신세계에 인천 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서용석 롯데백화점 인천점장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에 없던 서비스와 콘텐츠에 집중했다”며 “푸드에비뉴가 미래를 열어갈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1호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