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에 백기봉 김앤장 변호사(59·사법연수원 21기)가 당선됐다.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검사 출신 법조인이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2차 ICC 당사국총회 계기에 실시된 선거에서 백 변호사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6개 공석을 두고 총 13개국의 후보자가 경합을 벌였다. 백 변호사는 123개국 당사국 출석 중 유효 투표수(123표)의 3분의2인 82표 이상에 해당하는 83표를 받아 당선됐다.
ICC 재판관은 총 18명으로 임기는 총 9년이다. 3년마다 당사국총회에서 재판관 6명을 선출한다. 우리나라는 ICC 설립 이래 4회 연속 재판관을 진출시키게 됐다. 송상헌 재판관이 2003~2006년 임기, 2006~2015년 임기 재판관에, 정창호 재판관이 2015~2024년 임기 재판관에 당선됐다. 백 변호사의 임기는 2024~2033년이다.
백 변호사는 서울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 사법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 석사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ICC 증거법 등에 관한 연구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외신 대변인을 지냈고 2014년부터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백 변호사는 검사 재직 기간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본부, 아태지부에 파견돼 국제 범죄, 테러 및 부패 방지 문제에 대한 국제협력에 기여했다. ICC 재판관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재판관 후보자 자문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매우 우수’(highly qualified)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13명의 입후보자 중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후보자는 5명뿐이다.
ICC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2003년 설립돼 20년간 국제형사정의 재판소로서 역할을 해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2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전쟁범죄, 침략범죄, 인도에 반한 죄를 범한 개인을 기소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부, 로마규정 당사국 회부와 소추관 독자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