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두가 피해자 된 직고용…점주가 빵 굽고, 20대 제빵사 일 못구해

입력 2023-12-06 18:37
수정 2023-12-07 02:15

경기 안산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윤모씨(61)는 2020년 8월 오랫동안 일해왔던 기존 제빵사의 고용을 해지하고 직접 빵을 굽기 시작했다. 윤씨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5100만원. 주변과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지만 제빵사 월급 500만원과 월세 280만원, 재료 구입비 3100만원 등을 빼면 순수익이 140만원에 그쳤다. 윤씨는 “남편과 하루종일 일해도 제빵사보다 적게 벌었다”며 “직접 제빵을 시작한 뒤에는 수입이 600만원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직고용 전환 후 빵 굽는 점주 세 배↑ SPC그룹 소속 제빵사를 대신해 직접 빵을 굽는 파리바게뜨 점주가 급증하고 있다. 제빵사 인건비 급등에 최저시급도 벌지 못하는 점주가 늘면서 ‘셀프 제빵’에 나선 것이다.

6일 SPC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 3428개 가운데 점주가 직접 빵을 굽는 매장은 918개(26.7%)로 늘었다. 2018년 전체 3366개 매장 중 283개(8.3%) 점주만 빵을 구웠던 것을 감안하면 비중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점주들은 2018년 이후 50% 안팎 오른 제빵사 인건비 때문에 직접 제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경북 양산의 점주 김모씨(60)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이전 김씨는 제빵사 한 명당 400만원의 비용을 지급했다. 하지만 제빵사들이 직고용으로 전환한 후 용역 비용이 5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서빙 직원 세 명 중 한 명을 자르고 제빵을 직접 하는 방식으로 살 길을 찾고 있다”며 “점주 사이에서 제빵을 직접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SPC그룹에 따르면 제빵사 한 명당 점주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에 내야 하는 비용은 2017년 314만원에서 지난해 485만원으로 54.4% 올랐다. PB파트너즈는 국민연금 등 각종 보험료와 퇴직충당금, 회사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제빵사에게 월급으로 평균 340만원을 지급한다.○정치논리에 왜곡된 제빵 인력시장제빵사가 된 점주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은 무리한 임금 인상과 제빵사 직고용 등 왜곡된 정책 때문이다. SPC그룹은 2018년 1월 PB파트너즈를 설립하고 하청업체 소속의 제빵사 5548명을 전원 고용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정치권과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고용노동부 등이 나서 제빵사의 직고용을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청업체 소속인 제빵사들을 고용 안정 차원에서 원청업체가 고용하라는 논리였다. SPC그룹은 여기에 제빵사 임금을 3년 동안 약 40% 올려주는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이로 인해 파견받는 SPC 제빵사 월급의 70%를 내는 점주들의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커졌다. 빵 굽는 점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제빵사를 고용한 PB파트너즈는 해마다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고용 전환 첫해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지난해 67억원 등 매년 50억~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새내기 제빵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PB파트너즈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19년 630명에서 올해 1~10월 19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빵사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20~30대 새내기 제빵사의 취업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새내기 제빵사 중 80%가 20~30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왜곡의 결과로 2018년 당시 직고용된 기득권층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안정이라는 선의를 감안하더라도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프랜차이즈와 점주, 새내기 제빵사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 향상 없이 인건비만 높아질 경우 결국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때처럼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제빵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철오/장강호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