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국제사회가 무질서에서 질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이버 기술이 통제돼야 한다”고 6일 말했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권위자인 하스 회장은 이날 니어재단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파편화된 세계 속 국가들의 경쟁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내년 대만의 1월 선거, 한국의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미국의 11월 대통령선거 등에 러시아 북한 중국 등이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30~40년간 핵확산을 막아온 동맹 체제가 미래 (사이버) 안보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등에 세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양국은 달성해야 할 것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피해야 할 것에 대해선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야 할 것으로는 ‘중국의 대만 공격’ 등을 꼽았다.
하스 회장은 1921년 설립된 미국의 초당파·비영리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를 이끌어온 외교 전문가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나야 할 일들이 수십 년 안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는 하스 회장의 말이 실감난다”며 국제질서 회복을 위해 한국 호주 등이 주요 7개국(G7)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 장관은 “한국은 글로벌 노스(북반구 선진국)와 글로벌 사우스, 글로벌 이스트(중국·러시아 주축 진영)와 글로벌 웨스트(서방 진영)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세계 8강 수준의 위상과 국력을 가진 국가로서 국제적인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 왔다”고 했다.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전 주북대서양조약기구 미국 대사)은 “내년 미국 대선에 따라 ‘미국이 만든 세계’가 요동칠 것”이라며 미국의 쇠약해진 리더십 회복을 위해 ‘동맹국 연대’를 강조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미·중의 전략적 관계 안정화를 위해 ‘소(小)다자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서로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소다자주의 체제에 참여하면 미·중 관계도 훨씬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