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연합기술지주사…재정난 허덕

입력 2023-12-06 18:24
수정 2023-12-07 00:51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토대로 대학 보유 기술에 투자하는 전국의 대학연합기술지주(연합지주) 제도가 비합리적인 규정 탓에 ‘그림의 떡’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자체와 지방대학들은 빨리 규제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6일 부산연합지주에 따르면 부산연합지주는 올초(12억5000만원)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스타트업 투자 재원 13억원을 부산시에 반납할 방침이다. 출자 관련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재원을 차라리 반납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합지주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술 특허를 지역 기업들과 함께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07년 시작됐다. 지자체, 지역 테크노파크, 대학이 각각 출자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은 주로 사업화 가능한 특허를 현물로 출자하고, 연합지주는 특허 가치를 평가해 그 50% 이하로 출자하게 돼 있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산학협력촉진법)이 ‘대학 산학협력단이 연합지주 발행 주식의 50% 초과 보유’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규정이 통상적인 특허 가치와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 간 비율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테크노파크를 통해 상당액의 자금을 출자하는 순간 대학 측 지분율은 50% 이하로 떨어져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각 연합지주로서는 기관 인증 취소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결국 테크노파크는 돈이 있으면서도 ‘짝지을 상대(특허)’가 없어 돈을 쓰지 못하고, 연합지주는 재정난에 빠지는 처지가 된다. 기술에 투자해 시너지를 낸다는 당초 취지를 실현하기가 요원해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의 셈법은 다르다. 각 대학 중에서는 부산대가 부산대기술지주를 운영하는 식으로 단독기술지주사를 보유한 경우가 있다. 좋은 특허가 있으면 각 대학에서는 투자받기 어려운 연합지주에 내놓는 대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단독기술지주를 통해 사업화를 도모하는 게 더 편리하다. 그러나 이미 배정된 예산이 있으므로 각 대학에서는 가치가 높지 않은 특허는 연합지주에 출연하고 좋은 특허는 ‘아껴두는’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부산연합지주뿐 아니라 광주, 전남, 전북, 포항, 대구·경북, 강원 등 전국의 연합지주가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사항이다.

이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되면서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대학 산학협력단으로 제한된 현행법상 기술지주회사 설립 주체를 지자체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법 개정을 주도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산학협력 중심의 지방대 경쟁력 강화 기조와 맞물려 교육부 내부에서도 연합지주 역할론이 강하게 떠올랐다”며 “개정안 통과가 밀리면 당장 내년 사업화 자금이 절실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 재원이 상실될 것으로 전망돼 시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각 지역의 연합지주는 재정난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광주연합지주는 지자체 재원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지역 기업 투자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부산연합지주 역시 부산시로부터 8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224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99개 기업에 투자했다. 서 의원은 “연내 소위 통과를 목표로 설득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부산=민건태/포항=하인식/광주=임동률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