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빼돌린 것 은폐"…뉴로스 고의 상폐 의혹

입력 2023-12-06 17:44
수정 2023-12-07 01:09
수소차 공기압축기 제조업체인 뉴로스가 고의로 상장폐지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김승우 뉴로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투자 명목으로 회삿돈을 투자한 뒤 일부 자금을 되돌려받는 방식 등으로 총 214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업과 관련 없는 게임 개발사, 대부업체, 수산물 도매사 등에 투자한 자금이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상장폐지 후 정리매매가 진행될 당시엔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회사를 통해 뉴로스의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로스가 코스닥에서 퇴출된 사유는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이다. 당시 감사인은 뉴로스에 대해 자금 관련 내부 통제가 미비해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고,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뒤늦게 고의 상폐 의혹이 불거진 건 김 대표가 구속되고 나서다. 대전지방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지난달 16일 발부했다. 김 대표의 불법 혐의를 확인한 뉴로스 주주들은 “회사가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수법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며 “김 대표가 부정 거래 의혹을 감추기 위해 뉴로스를 고의 상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고의 상폐 의혹에 대해 뉴로스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상폐가 되면 대주주나 경영진이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기가 용이해진다. 상폐 후 회사 자산을 추가로 횡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시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나 경영진의 부정 거래에 대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9월 말 기준 뉴로스의 소액주주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뉴로스에 투자한 한 기관투자가는 “김 대표의 부정행위가 사실로 입증되면 김 대표 보유 지분은 뉴로스 자사주로 귀속될 것”이라며 “경영진의 부정행위로 멀쩡한 회사가 상폐되는 과정에 다수의 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거래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개인 회사 등을 통해 뉴로스 지분 34%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