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고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이 갈수록 복잡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IRA 보조금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중국 기업을 파트너로 유지하거나 아예 미국 내 현지 생산을 중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북미 생산 확대에 총력을 다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포드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조달에 나섰다. 포드는 화유코발트,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코발트를 공급받기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을 맺었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부사장은 “업계에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니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합작사는 2026년부터 연 12만t의 니켈 중간재(MHP)를 생산해 약 70%를 포드에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합작사 지분의 73%는 화유코발트가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지분율은 8.5%에 불과하다. 향후 지분을 늘릴 수 있지만 상한은 17%다.
포드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은 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사를 IRA상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미국은 FEOC가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이나 이들이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면 화유코발트와 조달한 니켈이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업계에선 “포드가 당장 보조금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중국이 장악한 공급망을 활용해 저렴하게 전기차를 생산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춰 ‘애초에 싼’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드는 중국 CATL과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현지 생산하기 위해서다.
일본 닛산은 아예 미국 내 생산을 포기할 참이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닛산은 주력 전기차인 리프의 신형 모델을 북미에서 생산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RA 보조금을 위해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에서 생산하느니 보조금을 포기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닛산 리프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중국 자본이 들어간 AESC가 생산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