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 홍대입구 중심가가 내년 상반기부터 주말에 전면 차없는 거리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 봄 ‘주차장길’을 없애고 붉은 페인트를 칠해 ‘레드로드’로 바꾼 데 이어 차량 통행을 억제해서 상권을 살리는 마포구의 실험적인 정책이다.
6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마포구는 현재 홍대 중심거리 가운데 부분(R2~R4)에서 시행 중인 주말 차없는 거리 운영지역을 중심거리 전체(R1~R6)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아직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며 “긍정적인 의견이 많으면 내년 초 경찰청과 협의해서 주말 차없는 거리 대상지역을 확 늘려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포구는 지난 5월 홍대 일대 공영주차장 140면을 없애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꾼 후 각 구간에 레드로드의 첫 이니셜을 따서 R1(북쪽 끝)~R6(남쪽 끝)까지 이름을 붙였다. R2~R4는 전체 레드로드 중에서도 홍대입구역 8번출구 북쪽 이면도로(어울마당로)부터 KT&G상상마당에 이르는 핵심 구간이다. R1~R6는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7번출구부터 어울마당로 초입(웰빙할인마트 옆)에 이르는 2㎞ 구간 전체를 이른다.
주차장을 없애면 오히려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게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생각이었지만, 처음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상인들이 마포구청에 몰려와 농성을 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주차장을 없애고 차에게 내줬던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자 거리 전체의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서교동 방문객 수는 작년 11월 2만명대에서 지난 10월 15만명대로 7배가량 불어났다. 10월말 핼로윈 축제 기간에는 이태원 대신 홍대를 찾는 인파가 더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인들은 매출이 급증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옥상포차’를 30년째 운영하며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세권 대표는 “처음엔 주차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가 되니까 분위기가 달라지고 예쁜 가게가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장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매출이 3~5배 늘었다는 사장님들이 대부분”이라며 “코로나19 기간 줄었던 매출이 다시 돌아온 것을 감안해도 그 전보다 훨씬 더 버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로서는 주차장 수입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했지만, 상인들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마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공영주차장 철거에 이어 차없는거리 운영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인파가 너무 몰릴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도 한 이유다. 박 구청장은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금토일 사흘 동안 차량은 다른 길로 우회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해 줄 계획”이라고 했다.
마포구는 아울러 내년 1월 말까지 레드로드 R1~R2 구역에 있는 여행자 편의시설, 야외전시존, 광장무대, 만남의 광장 등 노후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했다. 마포구 측은 “오래된 시설이 층고가 낮거나 시설이 낡아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며 “다목적 개방공간을 조성하고 버스킹존도 새로이 조성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문객 수가 늘어난 만큼 공공화장실도 관광안내소에 추가로 설치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