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만 순자산이 약 1조7000억원 늘어나면서 2배 이상 몸집이 불어났다. 배당 재투자, 배당금 비과세 등을 통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월배당 ETF에 활발한 자금 유입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국내 월배당 ETF 수는 지난해 말 19개에서 현재 36개로 늘어났다.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운용사들이 앞다퉈 상품 라인업을 늘린 결과다.
총 순자산은 현재 약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약 1조2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1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해 약 1000억원이 늘어났고, 약 1조6000억원은 신규 자금 유입이었다.
국내 상품의 경우 리츠, 커버드콜, 회사채 투자 상품의 순자산이 늘었다. 리츠 ETF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올해 가격이 9.63% 하락했지만 월배당을 노린 장기투자 목적 자금 유입에 순자산은 889억원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1100억원 가까운 투자자들의 돈이 신규 유입되면서 순자산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리츠 ETF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로 가격이 하락한 상태라 배당률은 오히려 올라간 상태다. 지난 1일 기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연 배당률은 7%대다.
커버드콜 ETF인 ‘TIGER 200커버드콜ATM’은 순자산이 168억원 늘어났다. 커버드콜 ETF는 종목에 투자하면서도 관련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 자금을 마련한다. TIGER 200커버드콜ATM은 코스피200에 투자하면서도 코스피200 콜옵션을 매도한다. 8%대의 높은 배당을 기록하면서 자금 유입이 활발했다는 분석이다.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KBSTAR 중기우량회사채’(316억원)도 다른 회사채 ETF 대비 높은 순자산 증가세를 보였다. 회사채 쿠폰을 월배당으로 지급하는 식이다.○미국 배당성장 ETF에도 뭉칫돈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월배당 ETF의 성장세가 특히 강했다. 주로 미국 배당성장 ETF들이 시장성장을 이끌었다. 미국 유명 배당성장 ETF인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와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순자산은 올해 3121억원 증가했다. ETF 가격은 이 기간 5.43% 하락했지만 약 3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순자산이 크게 늘었다. 코카콜라, 펩시코, 시스코 시스템즈,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몇십년간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다.
환헤지 상품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도 순자산이 948억원 증가했다. 미국 배당성장 기업들에 투자하는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ACE 미국배당다우존스’도 순자산이 각각 2232억원, 1240억원 늘어났다.
미국 나스닥지수 등과 연계된 커버드콜 ETF도 순자산이 늘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의 순자산은 1904억원 증가했다. 월배당 ETF의 경우 분기배당 혹은 연배당 상품보다 배당을 일찍 나눠 받을 수 있어 배당 재투자의 복리 효과가 크다. 또 IRP를 활용하면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돼 복리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다. 55세 이후에 3.3~5.5%의 세금이 부과돼 세금 이연 효과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ETF운용본부장은 “월배당 ETF가 장기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투자자산군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시장 성장세는 계속 가파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