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한달, 외인 빈자리 '개미들'이 채웠다

입력 2023-12-06 08:57
수정 2023-12-06 08:59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외국인은 대형 반도체주를 위주로 사들였지만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연말을 맞아 전문가들은 개인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 실적 추정치가 높아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달 6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5.32%, 4.01% 상승했다. 당초 공매도가 허용됐던 코스피200은 4.59%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코스닥150 지수는 6.65% 오르며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공매도 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주식 대차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69조2341억원으로 지난달 6일 89조3887억원에서 한 달 만에 약 22% 줄었다.

실제 공매도 잔고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코스피200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0.71%에서 0.54%로 줄었다. 코스닥150에서도 3.03%에서 2.65%로 감소했다.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주식 매입) 등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았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1위인 호텔신라는 7.64%에서 6.4%로 낮아졌다. 또 롯데관광개발은 5.72%에서 4.76%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SKC(5.58%→ 3.33%), 후성(4.91%→ 4.1%) 등도 낮아졌다. 다만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는 예외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공매도가 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오히려 공매도 잔고가 늘어난 종목도 있었다.

공매도 금지와 함께 국내 증시를 이탈할 것으로 예상됐던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8~10월 3개월간 매도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후 전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조465억원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형 반도체주가 차지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7463억원, SK하이닉스를 4043억원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 1, 2위였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은 26.28%로 지난 10월(31.51%) 대비 5.23%포인트 줄었고, 코스닥 시장에도 14.98%로 지난 10월(17.34%) 대비 2.36%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개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10%가량 늘어 외인의 빈자리를 개인이 채우는 모습이 관측됐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반도체 종목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사기보다는 미국과 국내 경기 회복 신호를 더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연말 '산타랠리' 시즌이 다가오며 투자자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전날 기준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48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44조6820억원)에 비해 4조원가량 늘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월간 코스피 수익률을 분석했을 때, 12월은 4월,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12월 평균 수익률은 1.6%, 코스닥은 2.3%였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월 증시엔 내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으며 수익률도 높았다"며 "올해는 공매도 금지 정책이 더해졌기에 계절성이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금지 조치는 개별 종목의 추세적 상승에 영향을 준 핵심 요인이었다"며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실적 추정치 상향 종목, 거래대금이 많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