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내가 험지서 이기면 '암컷 발언' 못 나올 것"

입력 2023-12-05 18:17
수정 2023-12-06 01:02
“험지라고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어려운 지역에서 보란 듯이 이기면 ‘설치는 암컷’ 같은 발언이 정치권에서 다시는 못 나오지 않겠습니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1호 인재’로 영입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가 5일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친윤(친윤석열) 험지 출마’ 권고에도 당내에서 호응이 없는 가운데 영입 인사가 선뜻 험지에 나가겠다고 손 들고나온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원에서 25년을 살았고, 늘 경기대 후문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아주 잘 알고 있는 지역이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교수가 국민의힘에 영입되자 여권에선 거주지인 서울 서초나 경기대가 있는 수원이 거론됐는데, 그중 수원을 꼽은 것이다. 선거구상 경기대 정문은 수원갑이고, 후문은 수원정에 속한다.

수원은 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5개 선거구를 모두 민주당에 내준 지역이다. 이 중 정 지역은 민주당 소속의 김진표 국회의장에 이어 박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있어 여권에선 수도권에서도 특히 부담스러운 곳으로 분류된다.

이 교수는 “정치권도 희생이 필요하다. 험지 출마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당에 유리한 지역이라 (서초 등을) 선택하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여성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내온 이 교수는 “수원에도 절반은 여성이 거주하고 있고, 나는 그들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야권에서도 비례대표 제안 등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현재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SNS에 반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이 ‘피해 호소인’ 용어를 만들어낸 것을 거론하며 야권 내 여성을 보는 시각, 여성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과도하게 범죄자의 무죄추정 원칙만 고수하는 인권론자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기득권 수호당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이 되면 인신매매 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 인신매매 문제가 심각하다”며 “입법을 해야 할 법률 리스트가 머릿속에 잔뜩 있다.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선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묻는 말엔 “잃을 게 없어 두려울 것도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선거에 떨어져도 직장을 잃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것도 아니고, 제자들의 신뢰를 잃을 것도 아니다”며 “열심히 양심적으로 살아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