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료업계가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 중단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주요 비료 기업 15곳이 내년 요소 수출 총량을 100t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5일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에 따르면 업계 분석가 푸야난은 지난 1일 올린 글에서 “11월 24일 업계 회의에서 중눙그룹(CNAMPGC)과 중화그룹(Sinochem)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기업 15곳이 2024년 수출 총량을 94만4000t 초과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고,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제한) 협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1분기까지 수출을 불허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일부 항구에선 (수출) 증빙서류가 있어도 수출을 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세청(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은 339만t이었다. 한국은 이 중 8~9%에 해당하는 약 30만t의 요소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100만t 넘게 수입하는 인도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은 올해 10월 기준 산업용 요소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최근 요소 통관 중단 조치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금지할 경우 내년 한 해 전체 중국산 요소 수출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중국 관세청은 지난달 30일 돌연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의 한 대기업에 수출하려는 산업용 요소 수출을 보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 외교당국은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요소 수급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통관 보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중국질소비료협회가 연 ‘가스 질소비료 기업 천연가스 수급 매칭 회의’에서 식량 안보와 내년 봄철 경작을 위한 비료 비축이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요소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비료기업들은 “정치를 중시하고 대국(大局·큰 구도)을 고려해 비료시장의 공급 보장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며 생산 확대, 국내 시장 가격 인하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자발적인 수출 중단’ 등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중국 관영 경제매체인 신화재경이 전했다.
한편 지난 4일 ‘제5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 측에 ‘요소 통관 중단’ 문제에 대해 즉각적 조치를 요구했다. 또 한·중 양국은 이 같은 통관 문제가 한·중 공급망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중 산업 당국 간 공급망 대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양국 통상장관이 합의한 ‘국장급 수출통제 소통 채널’도 이달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