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경영진 세대교체를 시사했다. 앞서 지난 10월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언급하며 변화 메시지를 던진 만큼 오는 7일 예정된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다이알로그'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하다.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고, 결과를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현재 그룹 내 60대 부회장들이 물러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진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외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에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인은 2016년 이후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올라 7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핵심 인사들이다.
새로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언급되고 있다. 기획 및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 최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 자리에 오를 경우 최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에 더해 '사촌 경영' 체제가 구축된다.
사실상 독립된 회사의 수장임에도 최 회장이 이번에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 의장으로 영입하려는 데는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월 최태원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지만 나만의 계획이 있다"며 "정말 고민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자녀들이 어려 아직 승계를 이행하기에는 이른 만큼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능력을 갖춘 사촌 형제에게 경영권을 맡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 회장이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 화두를 7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온 것도 현재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최 회장은 처음 '서든데스'를 언급하고 그해 연말 인사에서 수펙스 의장과 위원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50대로 교체했다.
실제로 올해 SK하이닉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최 회장이 부회장단에 퇴진을 요청한 만큼, 박정호·곽노정 2인 대표에서 곽노정 단독 대표로의 변화가 유력해보인다. 60대의 현직 부회장단이 물러나면 SK㈜ CEO로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CEO로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등이 거론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