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피스 공실률 20% 달하는데…서울엔 빈 사무실 없는 이유

입력 2023-12-05 13:57
수정 2023-12-05 14:37

올해 서울 오피스 공실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시장이 가장 큰 미국 공실률이 20%에 달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신규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 공실률이 낮게 유지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택근무에서 현장 근무로 빠르게 전환한 점,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피스를 개선하려는 수요 등도 공실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종합 서비스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5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오피스 시장을 되돌아보고 내년 시장을 전망했다.

회사가 주요국 오피스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올 오피스 공실률은 2.2%를 기록했다. 통상 오피스 시장에서 자연 공실률을 5%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실이 전혀 없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오피스 공실률과 비교하면 이런 특징은 두드러진다. 오피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3분기 기준 19.4%로 20%에 달한다. 홍콩도 같은 기간 17.7%를, 중국 역시 홍콩에 이어 17%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5.1%,싱가포르 역시 3.9%다.


국내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낮은 이유로 먼저 신규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서울 오피스 신규 공급면적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약 29만600㎡가 공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2026년까지 예정된 신규 공급면적은 작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인력 고령화 등으로 공사비 역시 가파르게 치솟은 탓이다.

정진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서치팀장은 "건설공사비와 금리 상승, 안전 관련 법 강화로 인해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등 오피스 공급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많은 편이다. 당초 예상보다 신규 오피스 공급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공실률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끝내고 현장 근무로 빠르게 전환한 점도 오피스 공실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카카오는 전면 재택근무에서 주 1회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LG유플러스는 주 2회에서 주 1회로 재택근무를 축소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재택근무를 아예 폐지했다.

정진우 팀장은 "국내 주당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오피스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1인당 주거 점유 면적은 영미권 국가들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재택근무 환경이 영미권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점도 공실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새로운 오피스나 더 나은 건물로 회사를 옮기려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공실률을 끌어내렸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1인당 사무실 점유 면적은 2010년 13㎡(4평)에서 2020년 14㎡(4.4평)로 증가했고, 사무실 공용면적 비율도 같은 기간 16%에서 23%로 증가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유지되는 점도 공실률을 낮췄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주요국 대비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경제성장률은 0.7%가 하락했는데 △영국(-11%) △일본(-4.2%) △독일(-3.8%) 등 주요국 대비 감소 폭이 낮았다.

정 팀장은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넓은 바닥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프라임급 오피스로 이전을 선호한다"며 "내년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탄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수도권 주요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팀장은 "권역별로 살펴보면 중심업무지구(CBD)와 강남업무지구(GBD)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선호하는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판교업무권역(PBD)은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수요와 당분간 예정된 공급이 없는 만큼 임대료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여의도업무권역(YBD)에선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늘었던 금융회사들의 수요 감소와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어 임대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