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과 국회가 공매도 제도 개선 초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개선 관련 요구 후속 청원이 동의 5만건을 넘겼다. 당국이 국내 공매도 거래를 한시적으로 전격 금지한다고 발표한지 한 달만에 나온 추가 요구다. 추가 검토 사항이 대거 들어갈 경우 연내 공매도 제도 개선안 발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매도 개선 추가 요구 청원, 동의 5만명 넘겨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플랫폼에 올라온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의심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전수조사 요청 및 공매도제도 중단기간 내 반드시 개혁해야 할 사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동의인 수 5만명을 넘겼다.
이는 공매도 중단 조치의 불씨가 된 지난 10월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 이후 추가로 나온 청원이다. 당시 국회와 당국은 해당 청원이 등록 8일만에 동의 5만명을 넘기자 제도 개선 논의에 돌입해 공매도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번 청원도 동의자 5만명을 넘기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도 관련 내용을 추가로 논의할 전망이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중 청원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을 소관위원회로 회부한다. 추가 요구 다수…'연내 개선 결정 어려울 것'이번 후속 청원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도 금지할 것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즉각 구축할 것 △시총 3~5% 범위 이내로 공매도 총량제를 실시할 것 △대차·대주시장을 통합할 것 등의 요구를 담았다.
당국 안팎에선 사실상 완전한 즉각적 실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추가 요구가 거세지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과 이에 따른 거래 재개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앞서 "제도 개선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은 시장조성자에 대해선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헤지(위험회피)성 공매도 거래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식을 기관이나 개인에 빌려주는 대차·대주시장 통합에 대해서도 현실화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각 시장의 주요 주체와 거래 세부 내용 등이 상당히 달라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사실상 시장조성자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는 것이고, 대차·대주 통합은 주식을 빌려주는 도소매 시장을 합쳐버리라는 얘기"라며 "실현할 경우 국내 증시의 거래 총 비용만 확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요구인 공매도 전산화에 대해선 당국이 가부 여부를 공식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제로베이스'로 원점부터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앞서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 초안과 정반대되는 내용도 들어갔다. 공매도 담보비율 130% 통일이 대표적이다. 당국은 앞서 개인 공매도 투자자의 담보비율을 기존 120%에서 105%로 내려 개인과 기관간 공매도 거래 담보비율을 일원화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청원 내용을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개인과 외인·기관 모두 담보비율을 올리라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 소위를 연다.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논의될 법안 중 하나로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이날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지 여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원 내용 중엔 앞서도 이야기가 나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며 "다만 공매도 전산화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 초반 단계인 만큼 당장 어떤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매도 거래가 막혀있으니 그동안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요구도이날 동의 5만건을 넘긴 청원엔 전 증권사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요구도 들어갔다. 청원을 올린 강 모씨는 "뉴스와 유튜브에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전수조사 및 필요시 압수수색도 불사하시길 바란다"고 썼다.
최근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신한투자증권이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ETF 유동성 공급자(LP)로서 특정 종목에 대해 70만주에 달하는 공매도를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의혹 등에 대해 지난달 대규모 현장점검을 벌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 이래 신한투자증권이 LP로서 벌인 불법 공매도 거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불법 공매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을 교란하는 유언비어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신한투자증권이 작년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 중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컸다는 이유 등으로 지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투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021년 5월 국내 증시서 공매도 거래가 일부 재개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5조6712억원이었다. 이중 88.2%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주문을 수행한 위탁매매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