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에 극한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5배 높아졌다는 사실을 국제 공동연구팀이 밝혀냈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형준 교수와 인문사회연구소 문수연 박사는 동아시아 일대 극한 호우 증가가 인간 산업 활동에 기인한 것임을 처음 증명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엔 KAIST와 함께 도쿄대, 도쿄공대, 유타주립대 등 한·미·일 8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온실가스는 공장(제철, 시멘트, 화학 등)과 발전, 농·축산업, 교통·물류 등 인간의 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매년 500억 톤 이상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1958년~2015년 한반도와 일본 남서부, 중국 남동부 등 동아시아 일대에서 여름 기상전선에서 유래한 호우 데이터를 실측했다. 그리고 산업 활동에 따른 온난화 효과를 제거한 가상의 지구와 실제 지구 데이터를 대조 분석하는 메타버스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와함께 산업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흔적을 수치화한 '인류세 지문'을 강수 패턴에서 뽑아내는 핑거프린트 분석을 했다. 핑거프린트 분석은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클라우스 하셀만이 처음 개발한 기법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지구에서 극한 호우강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비온난화 지구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에 한번 꼴로 나타나야 할 극한 호우가 2년에 한번씩 발생했다는 뜻이다. 강수 강도(강수량)은 온난화 지구가 비온난화 지구보다 35% 높았다.
김 교수는 "집중호우가 우연이 아닌 지구온난화에 따른 필연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1958년~1982년보다 1991년~2015년에 북서태평양 고기압 및 동아시아 저기압 강화에 따라 기압 차이가 심해지고 수증기 유입량이 더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했다. 산업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호우 강도가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인구가 집중되고 경제 규모가 큰 서울 등 메가시티 주변이 호우 영향을 크게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