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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어온 미국에서 드디어 내구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정책과 공급망 문제 완화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서 내구재 부문은 10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고차와 가전제품, PC 등 비교적 비싼 가격에 한 번 구입하면 1년 이상 쓰는 내구재는 전체 물가 둔화도 이끌고 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2022년 5.5%에서 지난 10월 3.5%까지 떨어졌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의 디플레이션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았다. Fed가 당시 사상 최저 금리를 유지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내구재 가격은 세계화로 인한 노동비용 감소와 생산성 향상으로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9% 하락했다.
이에 대해 월가에선 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9월 말 기준 미국 신용카드의 미결제 부채에서 약 3%가 연체 단계에 있으며, 이는 전 분기의 2.7%보다 증가한 것이다.
공급망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도 내구재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수요 약화로 인한 공급망의 개선이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하락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또한 지난 9월 “상품 가격 하락은 △수요 약화 △(공급망에서) 원활한 배송 △금리 상승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더그 맥밀란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또한 최근 “앞으로 몇 달 내 미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며 “고객들은 상품 가격이 더 낮아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