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년 1월 13일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 유권자를 회유할 목적으로 중국 관광 혜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내 친중 인사들 주선으로 수도 타이베이 시민 30%가량이 5박6일 또는 7박8일 관광에 겨우 1만∼1만5000대만달러(약 41만7000∼62만5000원)를 내고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이는 항공료와 숙박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으로 나머지 식사 비용과 관광 비용은 중국 측이 대부분 부담했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실제 타이베이시에서 여행객으로 모집된 한 그룹은 1만5000대만달러를 내고 이달 15일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7박8일 관광을 할 예정이며, 또 다른 그룹은 비슷한 시기에 1만대만달러를 내고 5박6일 산둥성 관광을 예약했다.
이같은 저가 방중 관광 초청은 타이베이 이외에도 대만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뤄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친중 성향 이장들이 모객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에서 이장은 한국의 동장급이지만 선출직이다.
방중 초청 관광에 나섰던 대만 유권자들은 중국 내 대만 정책 관련 당국자들은 물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인사들도 접촉했다고 대만언론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 인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중국이 2035년까지 베이징과 타이베이를 고속철도로 이어 대만 상품이 중국∼유럽 국제 화물열차를 이용해 유라시아 시장에 진출토록 할 것이라면서, 이런 사업 역시 친중 후보가 대만 총통에 당선돼야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친중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당국은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대응에 나섰다. 천융더 타이베이시 민정국장은 산하 구청장들에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만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이런 저가 방중 관광 공세는 적절하지 않은 선거 개입이라면서 현행법 위반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해협 안보 위기를 지속하고 대(對)대만 무역 제재 또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한·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강압 조치를 하는 한편 대만 유권자를 상대로 친중 메시지를 발신하는 강온양면 전략으로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해왔다. 중국 당국은 특히 친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할 목적으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을 지난 2월, 마잉주 전 총통을 지난 4월 그리고 롄성원 부주석을 지난 5월 각각 자국으로 초청해 융숭히 대접한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