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4일 민주당에 대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공당으로서의 역할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들이 당을 점령해 당내 공론의 장을 완전히 그냥 틀어막았다. 당의 도덕성이 실추되는 것들이 많은데도 자정 기능이 그냥 멈춰 서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가 나름 줄곧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거의 반응도 없고, 제가 외칠 공간도 없었다"며 "그렇다면 '더 이상 거대정당이라는 그 온실 속에서 있을 수 없겠다' 이래서 결별하게 된 것"이라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장을 하고자 당을 팔았다'(전용기 민주당 의원 등)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국회의장을 하려고 하면 민주당이 잘 돼서 거기에 있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무소속으로 가 있으면 춥고 외로운 들판에 나가 있는 건데, 어떻게 국회의장 되려고 당을 나가겠냐"고 반문했다.
'먹던 우물에 침 뱉지 말라'(박상혁 민주당 의원)는 비판에 대해선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게 아니라 비판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당을 흔드는 것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국가를 흔드는 것이냐. 민주사회에서 개인과 조직을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또는 신당행(行)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선 "무소속부터 국민의힘 입당, 새로운 신당에 같이 참여하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며 "민주당에서도 소위 비명(비이재명)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재건 움직임까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추후 결정할 생각이다. 조금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겠다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정당은 누구든 정치적 결사를 할 수 있겠지만, 특정 인물에 반대하는 정당은 사실 굉장히 낙후돼 있고 좀 미개하다"며 "국민은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고 또 대한민국의 국운을 더 펼쳐나가는 데 어느 정당이 유능한가, 민심을 받드는 겸손한 정치 세력인가, 이런 것들을 보시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면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약 4개월여 앞둔 시점에 5선 중진인 이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