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사기에 연루돼 빚 1억원을 남긴 후 실종된 남성이 1년 만에 발견됐다.
지난 1일 경찰이 실종전담수사팀을 통해 공개수사를 펼쳐왔던 실종자 백지원(19·남)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백씨가 가족에게 돌아온 과정은 지난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지서와 유령들-백지원 실종 사건' 편을 통해 공개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이날 중등도 지적장애가 있는 백씨의 실종사건을 다뤘다. 백씨는 지난해 10월 실종신고가 접수된 이후 1년여 동안 연락이 끊기고 생활반응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방송 하루 전날 밤 경찰이 경기 오산에서 백씨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극적으로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3월 7일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용인시에서 실종된 백씨를 찾는다고 알린 바 있다.
백씨는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스무살이 됐다. 줄곧 특수반에서 공부하며 중등도 지적장애 진단받긴 했지만, 고3 때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특유의 성실함과 붙임성으로 귀염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립을 준비해가던 백씨는 돌연 지난해 10월 실종됐다. 매일 어머니와 통화를 할 정도로 다정했던 아이가 어느 날 외출한 후 돌아오지 않으면서 가족들은 즉각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초부터 집으로 고지서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백씨 명의로 전세자금 1억 원이 대출돼있었고, 연체된 이자만 16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통신 요금 500여만 원, 휴대전화기 3대 할부금까지 총 1억1000만원이 넘는 돈이 연체돼 있었다. 가족들은 백씨 스스로 대출받을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를 노린 이들에게 납치당했거나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백씨 주변에 유령처럼 머물며 대출사기에 악용하는 무리가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들의 정체를 추적했다. 백씨는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10월 12일 백씨가 서울의 모텔에서 지인 최재훈(가명)씨와 함께 머물고 있던 것을 확인했다. 당시 백씨는 경찰이 계속 찾을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겠다며, 실종이 아닌 자발적 가출임을 주장했고, 그 후 최씨도 번호를 바꾸고 잠적했다.
확인 결과 최씨는 나이만 백씨와 동갑일 뿐 고 지내던 친구는 아니었고, 대출사기 및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수배돼있던 인물이었다. 최씨의 가족들 역시 1년 전에 연락이 끊겼다고 제작진에게 주장하며 각종 대출 연체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종수사전담팀은 백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후 1일 오후 7시18분께 오산의 한 원룸에서 백씨를 찾았다. 당시 현장에 최씨도 함께 있었다. 기초조사 결과, 백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광주시와 이천시의 모텔과 충북 충주시의 원룸에서 생활했고, 다시 오산의 원룸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 최씨 또한 동행했던 걸로 확인됐다.
백씨는 최씨가 하루 한 끼 정도만 밥을 차려주고 원룸 안에서 최씨로부터 감시받는 상황이었고 자신의 명의로 전세자금 대출, 휴대전화 개통된 것은 모르고 있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최씨 역시 누군가의 지시로 백씨를 감시해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조직범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고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실종 1년여 만에 가족을 만나게 된 백씨는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건강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은 백씨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경찰과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