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집중 낮추고 육아휴직 늘려야 1.6명 기대

입력 2023-12-03 18:28
수정 2023-12-11 16:22

한국은행은 1960~2021년 출산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가 217개국(자치구 등 지역 포함)을 통틀어 1위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이 기간 5.95명에서 0.81명으로 86.4%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출산율이 이 기간 평균 3.29명에서 1.58명으로 52% 하락한 것보다 훨씬 가파르다. 한국의 2021년 출산율 0.81명은 217개국 중 홍콩(0.77명)을 빼면 꼴찌다. 올해는 2, 3분기 연속 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졌다. “가족 관련 정부 지출 늘려야” 한은은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6개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현재 이 비중은 1.4%가량이다. OECD 평균 2.2%보다 0.8%포인트 낮다. 한은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지출을 늘리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육아휴직은 실사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법정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52주(1년)지만 실이용기간은 10.3주에 그친다. OECD 평균 61.4주에 한참 못 미친다. 육아휴직을 OECD 수준까지 늘리면 출산율이 0.096명 늘어난다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국의 청년층(15~39세) 고용률은 2019년 기준 58.0%다. OECD 평균인 66.6%보다 낮다. 한은은 OECD 수준까지 높이면 한국의 출산율이 0.119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도시인구 집중도(인구밀도×도시인구 비중)를 낮추고 혼외 출산을 더 용인하면 출산율이 각각 0.414명과 0.159명 높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도시인구 집중도는 2019년 기준 431.9로, OECD 평균 95.3의 네 배가 넘는다. 혼외 출산 비중은 2.3%로 OECD 평균(43%)보다 낮다.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집값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2015년(100) 수준으로 하락하면 출산율이 0.002명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거시경제 영향 커진 인구 문제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진 것에 대해 한은은 청년층의 경쟁 압력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딜로이트가 지난해 46개국 MZ세대(1983~2003년생) 2만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생활비를 꼽은 비율이 한국 MZ세대는 45%로, 글로벌 평균(32%)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중 주거비 부담이 가장 컸다. 주거비 압박을 받는 사람일수록 결혼 의향과 희망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16개 시·도별 패널 분석에서도 주택전세가격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저출산 관련 보고서를 낸 것은 인구 문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의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추세성장률이 2050년대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이 68%에 달하고, 2060년에는 역성장 가능성이 80.1%까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2040년대 기준으로 잠재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려면 출산율을 0.2명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고용과 주거 불안, 경쟁 압력을 낮추기 위한 구조정책과 저출산 대응 예산을 늘려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