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긴축 경고에도 美 '에브리싱 랠리'

입력 2023-12-03 18:13
수정 2023-12-04 01:42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났고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는 피벗(정책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일침을 가하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과소 긴축과 과잉 긴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파월 의장의 같은 날 발언에 더 크게 반응했다. 이런 발언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해석돼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치에 다가섰고 금 선물 가격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헬렌 게일 스펠먼대 총장과 대담하며 “충분히 긴축 기조를 이뤘다고 확신하기엔 너무 이르며 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 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며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거란 관측이 확산하자 이를 경계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날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서 내년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한때 60%를 넘겼다. 1주일 전만 해도 21%에 그친 확률이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 중 금리 인하 기대에 힘을 실어줄 만한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올 10월까지 6개월 이상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연율 기준으로 2.5%를 유지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 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전체적인 긴축 효과는 아직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또 “그동안 아주 빠르게 금리를 올려 과소 긴축과 과잉 긴축의 위험이 더욱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나오는 경제 데이터와 그것이 가지는 의미, 여러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 향후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인 뉴욕증시는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82% 상승한 36,245.50으로 끝나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36,799.65)에 근접했다. S&P500지수는 0.59% 오른 4,594.63으로 장을 마쳐 연고점(4,588.96)을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도 0.55% 상승한 14,305.03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비트코인도 19개월 만에 3만9000달러를 넘어서며 4만달러 선에 다가섰다.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0.13%포인트 떨어진 연 4.20%로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동향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 만기 금리는 0.16%포인트 하락한 연 4.55%로 끝났다. 2년 만기 금리는 이번주에만 0.4%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금리 인하 전망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와 대체 관계인 금값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내년 2월 만기 금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7% 오른 트로이온스당 2089.7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기존 최고치인 2020년 8월 6일의 2069.4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파월 의장이 더 강한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전망을 꺾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상보다 균형 잡힌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금리 향방은 여전히 열려 있으나 내년 초 금리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예상이 자산 가격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