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은 12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형사업이지만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세계 주요국과 경쟁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평범한 건설보다는 그동안 강점을 보여온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사업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정철 법무법인 지평 동유럽팀장(사법연수원 31기·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평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로펌 에이큐오와 업무협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법률자문에 팔을 걷었다. 이 로펌은 2008년부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 관련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州) 곡물터미널 인수 과정을 자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팀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국제기구나 정부 간 협약을 통해 진행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에 나서는 쪽이 자금 조달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며 “유럽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 작업을 위해 쌓아놓은 기금이 많이 남아있고 일본도 활용 가능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많지만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자금력에서 밀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간 협약으로 확보한 사업 외에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재건 사업을 맡으려면 전통적인 건설 인프라 외에 IT 인프라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점한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 정 팀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 사업의 윤곽과 예산이 잡히는 데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2~3년 후부터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평은 에이큐오와의 업무협약을 계기로 동유럽 법률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 로펌은 지난 5월 동유럽팀을 신설해 폴란드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등에서 사업 중인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층 적극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정 팀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가 국내 기업들의 저임금 생산기지였다면 동유럽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자동차, 2차전지, 화학, 방위산업 등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식품 같은 소비재 기업까지 이곳으로 진출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현지 로펌들과 관계를 맺고 기업의 요청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