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내렸다. 지난 9월 영업순이익이 전년 동기(2316억원) 대비 72.8% 감소한 631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서다. 자본적정성 지표도 내림세다. 다올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2022년 말 기준 300.8%에서 9월 말 274.3%로 떨어졌다.
한기평은 지난달 24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부동산 PF 익스포저 부담이 커졌다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의 9월 말 기준 PF 익스포저는 9801억원이다. 이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브리지론(본 PF 이전 단계) 비중은 57%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A급 증권사들은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떨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 ‘A-(부정적)’로 매기고 있다.
AA급 대형 증권사들도 신용도 하향 압박이 커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 소홀에 따른 ‘평판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A-(안정적)’ 신용도가 매겨진 키움증권이 대표적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지난달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공시가 나온 뒤 키움증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 등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리스크와 유동성 대응 능력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