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 '의료 취약지' 98개 시·군·구,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입력 2023-12-01 18:23
수정 2023-12-02 02:13
코로나19 이후 축소된 비대면진료가 대폭 허용되면서 야간이나 휴일, 의료 취약지역 등 병원 진료가 어려운 의료 사각지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약 배송’은 허용되지 않아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사실상 전 국민 ‘전면 허용’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은 섬이나 산간벽지가 아닌 곳도 의료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을 통해 보험료 경감 고시에 규정된 섬·벽지 지역만 초진까지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다만 규정이 다소 협소해 기타 의료 취약지를 포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복지부는 이에 지역 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 인구가 30%를 넘어가는 곳 역시 응급의료 취약지역으로 구분했다. 경기 여주·동두천시, 강원 동해·속초시, 충북 충주시, 경남 거제·밀양·통영시, 제주 서귀포시 등 98개 시·군·구 지역은 진료 이력과 상관없이 비대면진료를 볼 수 있게 됐다.


섬이나 벽지,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도 휴일·야간에는 국민 누구나 진료 이력과 상관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진다. 복지부는 기존에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휴일·야간(평일 오후 6시~익일 오전 9시,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비대면진료를 열어줬다. 기존에는 상담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약 처방도 받을 수 있다.

약 배송은 계속 금지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장은 “밤 8시 이후에도 전국 39%의 약국이 운영 중이며, 토요일에는 약 53%, 일요일에는 15%의 약국이 전국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일에도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기존에는 만성질환은 1년 이내, 일반 질환은 1개월 내 같은 질병으로, 같은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재진’으로 간주했다. 환자들은 이 기준을 두고 일반 질환의 재진 허용 기준이 지나치게 짧아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의사들 역시 진료 없이 동일 질환인지를 구분할 수 없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앞으로는 6개월 내 동일 병원 방문을 재진으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동일 질환 기준은 아예 삭제했다. 대신 의사에게 ‘비대면진료 거부권’을 줘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업계 “약 배송 없인 반쪽짜리”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사실상 사업을 정리하던 비대면진료업계는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는 “시범사업다운 시범사업이 가능해졌다”며 “그동안 일시 중단한 서비스를 오는 15일부터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약 배송은 여전히 제한돼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환자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1위 업체인 닥터나우 관계자도 “복지부 개정안을 충실히 따르고, 의료취약지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면서도 “실효성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한 한 업체 대표 역시 “약 배송 없이는 다시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