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 엔젤투자자의 지갑이 급속도로 닫히고 있다. 주로 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온 자금줄이 위축되면서 청년 창업과 지방 벤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개인이 돈을 모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펀드(개인투자조합)’ 성장세는 올해 들어 확 꺾였다. 1일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총 674개 엔젤펀드에서 4027억원을 결성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는 994개 엔젤펀드를 통해 6850억원을 결성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가 운영하는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에서 개인 출자 비중은 10.9%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9%였다. 개인 출자액은 920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5% 급감했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지난해까지 지역 기업인이나 삼성·LG 임원 출신들이 만든 엔젤펀드가 줄줄이 조성됐지만, 올해는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약정된 분납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젤투자자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 리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뒤엔 엔젤투자 세액공제가 있다”며 “1000만달러(약 131억원) 미만의 벤처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5000만원 한도 소득공제 혜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엔젤투자지원센터에 가입한 개인회원이 3만 명을 넘어섰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엔 가야 할 길이 멀다.
개인 투자가 급감하면서 지방과 극초기 창업 생태계는 위험 신호가 켜지는 분위기다.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엑셀 대표는 “최근 창투사·신기사들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꺼리면서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공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엔젤투자가 위축되면 지방 초기 창업 생태계와 벤처기업부터 흔들린다”며 “예산 1조원을 쓰는 것보다 엔젤투자 1000억원의 효과가 큰 만큼 세액공제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