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에서 협상 대신 파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굳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다. 하지만 연말 예산안 처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정국은 경색될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의 사회적 대화도 삐걱거릴 수 있다. ○“수천 개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할 판”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보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실질적 지배력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만 수천 개가 넘는데, 하청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파업 대상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바꿨다. ‘결정’이라는 한 단어가 빠졌을 뿐이지만 차이가 크다. 지금은 임금 인상률 등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익분쟁)에 대해서만 파업이 허용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로 가지 않고 파업을 벌이는 게 가능해진다. 해고자 복직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고 ‘정치 파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 (노동계가)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방어권은 유명무실해진다. 개정안은 불법파업 가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개인별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법파업 가담자가 끼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입증 책임을 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면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한국노총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이날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급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일단 이번 회의에 한한 불참 결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방송 3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현재 9~11명에서 21명씩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학계와 시민단체, 방송기자연합회 등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 또는 임명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견제와 감독을 받아야 할 직능단체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시민단체가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 개정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노조법과 방송 3법 모두 거대 야당의 독단이 키워낸 악의적 의도가 다분한 정쟁용 공세일 뿐”이라며 “그 어디에도 민생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헌정질서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곽용희/설지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