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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2%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039.4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월 기록한 연중 최고가인 205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역대 최고가인 2075달러(2020년 8월)와도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 금 가격은 11월에만 60달러 이상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넘어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최근 금 가격이 치솟은 건 Fed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미국 달러 약세 영향이 컸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미국 달러화는 서로 대체 관계여서 통상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후 이날 103.3에 거래됐다. 월간 기준으로는 약 3% 하락해 1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매트 심슨 시티인덱스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물가 지표 발표 후 투자자 사이에서 Fed가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이는 금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오르는 데 그쳤다. 2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경제 경착륙을 피하려는 Fed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5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약 80%로 예측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산 다각화를 위해 지속해서 금을 매입하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 부채 급증으로 달러화와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금의 매력이 커진 이유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올해 1~9월 800t으로 1년 전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금 매입 1위를 차지한 중국 인민은행은 12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금 가격이 오르면서 또 다른 안전자산인 은 가격도 상승했다. 은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2% 오른 트로이온스당 25.29달러에 거래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