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신규 택배 차량에 경유차 사용이 금지된다.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 용도를 제한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조항(28조)이 이때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기관리권역법은 경유 자동차를 전기·가스 자동차 등으로 대체해 생활 주변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9년 4월 마련됐다.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수립,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관리, 자동차배출가스 억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국회는 택배업계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택배차량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4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후 국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부족 및 경유차 대체 차량 출시 상황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지난 4월에서 내년 1월로 한 차례 더 유예했다.
택배업계는 경유차 사용 제한이 비싼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와 맞물려 택배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택배기사들은 통상 회사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지 않고 자체 구매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은 경유차 대비 가격이 최대 두 배 수준이어서 택배기사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 차량은 그동안 공급된 물량이 적어 중고차 구입도 쉽지 않다. 택배기사를 위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매달 1600여 명의 기사가 새로 유입돼도 구인난에 시달려 온 택배업계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생활물류택배 서비스협회가 택배종사자 217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92.7%의 택배기사가 경유차를 타고 있다. 5년 이상 된 경유차를 타고 있는 비율은 37.7%다. 택배 경유차가 통상 5~7년 사이 교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가 임박한 택배차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법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83.0%에 달했다. 한 물류 회사 관계자는 “택배 물류터미널 내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하려면 공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승압 작업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시설 보조금 정책은 전무하다”고 하소연했다.
협회와 택배노조는 유예기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업계 현실을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규제 추진은 곤란하다. 앞서 유예기간이 있긴 했지만 그동안 친환경차 공급과 인프라 확충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새해부터 택배 대란이 벌어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