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하반기 주춤했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화색이 돌고 있다. 대출에 자금을 상당수 의존하는 리츠 특성상 금리에 주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일부 리츠는 지난달 10%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기도 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지난달 국내 상장 리츠 22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4.40%로 집계됐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지난달 주가가 162.5%나 오른 모두투어리츠까지 더하면 평균 상승률은 11.2%까지 뛴다. 월별 상승률로 보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장 리츠들은 올 하반기 들어 미국 채권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부진해졌다. 상장 23개의 평균 수익률은 △7월 ?4.98% △8월 0.77% △9월 ?1.81% △10월 ?3.81%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5~6%대인 점을 투자 매력으로 내세우지만, 은행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로 내는 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다.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채권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더욱 소외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하면서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자 리츠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한국은행도 전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국면이 끝났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모두투어리츠를 제외하고 보면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지난달 12.25%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1.3%)을 웃돌았다. 이 리츠는 인천 스퀘어원과 동대문 나인트리호텔, 용산 그랜드머큐어 등 호텔과 복합 쇼핑몰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이어 제이알글로벌리츠(8.51%), ESG켄달스퀘어리츠(8.28%), 이지스밸류리츠(7.90%), SK리츠(7.18%) 순서였다.
모두투어리츠는 지난달 10일 기존 최대 주주였던 모두투어네트워크가 지분 330만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모두투어 측이 리츠 경영을 포기하고 신규 최대 주주로 ‘알136’이라는 업체가 나타나면서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리츠들은 자금조달 난항 등으로 여전히 주가 흐름이 부진한 편이다. 미래에셋맵스리츠는 지난달 1.17% 하락해 리츠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저조했다. 지난달 20일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하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지난달 주가가 0.39% 하락하며 부진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 10월 574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15일부터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기존 주주 청약률이 28%에 그치는 등 흥행 저조로 목표액의 절반인 247억원을 끌어오는 데 그쳤다. 한화리츠(-0.59%),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0.38%) 등도 수익률 하위권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리츠는 이보다 빠르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금리의 변화에 타 자산군 대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거나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경우 주식 대비 높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