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활동가 아니였나…유기동물 175마리 입양, 보조금 4000만원 타내

입력 2023-12-01 15:21
수정 2023-12-01 15:22


유기 동물을 대거 입양해 정부 보조금 수천만원을 부정으로 수급한 동물보호활동가가 경찰에 입건됐다.

1일 경찰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청주 청원경찰서는 60대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조카 등 지인 46명의 명의로 유기견과 유기묘 175마리를 입양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의료비 보조금 약 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1인당 유기 동물 입양 가능 수를 3마리로 제한하고 있으며, 1마리당 최대 15만원의 중성화 수술 및 예방접종 보조금을 지자체와 함께 지원하고 있다. 마릿수 제한은 A씨가 범행을 시작한 2020년 당시부터 이듬해까지 10마리였고, 보조금은 2020년 20만원에서 2021년 25만원으로 올랐다가 올해 삭감됐다.

A씨는 1인당 유기 동물 입양 가능 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지인들의 명의로 입양 절차를 진행하고, 이들에게 지급된 보조금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참여하며 일명 '캣맘' 등 동물애호가들을 알게 됐고, "유기 동물이 안락사당하지 않도록 명의만 빌려주면 잘 돌보겠다"면서 이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조금 지급을 위한 진료비 영수증은 평소 친분이 있던 50대 수의사 B씨가 허위로 발급해 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가 자신의 자격이 박탈되지 않도록 지인들에게 보조금을 조카들 통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해 이들 통장을 압수 수색을 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입양된 유기 동물의 행방도 쫓고 있다. A씨가 입양한 175마리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유기견은 대부분 해외 입양 단체에 재입양됐지만, 고양이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다 자란 고양이의 경우 다치지 않는 한 야생동물로 분류돼 구조되지 않기 때문에 A씨가 보호소에서 입양한 유기묘들은 새끼고양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의 생존율은 일반적으로 50% 남짓이라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다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A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들과 수의사 B씨에 대한 조사 후 A씨를 입건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