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업타운 정연준이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13년 만의 컴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스피카 출신 김보형, 베이빌론과 뭉친 그는 직접 만든 곡에 뮤직비디오까지 "하고 싶었던 걸 다 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업타운은 1일 25주년 베스트 앨범 '백 투 아날로그'를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대한민국 힙합 1세대인 업타운의 25주년이 되던 2021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정연준이 그간 작곡한 히트곡 중 완성도 높은 곡들을 직접 선정해 담았고, 신곡이자 타이틀곡인 '백 투 아날로그'를 더해 완성됐다.
'백 투 아날로그'는 아날로그적인 1980년대 소울펑크 콘셉트의 곡이다. 기존의 업타운 색깔을 유지하면서 랩보다 소울 느낌의 멜로디 비중을 늘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으로 변화했다.
왜 '아날로그'를 강조한 걸까. 정연준은 "요즘 음악 만드는 친구들이 과거 아날로그 음악을 만드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작곡가가 된 이들이 많다. 난 음악을 일찍 시작해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악 만드는 걸 기억하고 있다. 가능할 때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서 내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공연장을 가면 마음으로 듣고 몸으로 같이 따라 불렀는데 요즘엔 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더라. 사람은 아날로그인데 너무 디지털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디지털 세상 안에서 아날로그가 필요한 세상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뮤직비디오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에는 음악을 즐기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인터뷰 당시 공개한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캐릭터는 국회에서 연설하다 '아프로 머리'를 하고 고개를 흔들며 음악을 즐겼다. 다만 최종 단계에서 해당 장면은 윤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인물로 변경됐다.
정연준은 "직접 뮤직비디오 감독을 했다"면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면서 하고 싶었던 걸 다 했다. 올드카도 등장하고, 윤 대통령도 섭외했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거다. 정말 마음에 든다. 뿌듯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정연준은 "일반적인 스타일로 멋있게 촬영하고 편집까지 했는데 마음에 안 들더라. '오랜만에 만드는데 이렇게 나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결국 앨범 발매일을 조금 뒤로 미루고 뮤직비디오 작업을 새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고 싶었던 모든 걸 뮤직비디오에 넣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그러려면 애니메이션밖에 안 되더라. 출연하고 싶은 사람을 다 출연시키고,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다 보여주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콘셉트에 대해 "업타운이 차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는데 그들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의 머리가 흑인 머리로 바뀌면서 기운이 나고 신나게 춤추게 된다. 유치원생들도, 심지어 갓난아기도 아프로 머리처럼 바뀐다"면서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나듯 우리의 음악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힘을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준은 "'다시 고개를 앞뒤로', '백 투 더 아날로그', '이런 노래가 필요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업타운을 모르던 세대에게는 '이런 사운드가 더 좋은 거야'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교만한 마음이 아니라 '이런 것도 좀 들어서 익숙해 졌으면 하는 마음인 거다. 업타운을 모르던 세대들에겐 새로운 걸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에 업타운을 알던 사람들은 정연준이란 작곡가가 호락호락하게 대충 음악을 준비해 발표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번엔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었을까, 완성도가 어떨까 등 기대감이 있을 거다. 실망시키지 않는 퀄리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정연준은 "영어 가사를 많이 넣고, 뮤직비디오도 애니메이션으로 찍은 게 한국 시장만을 보고 무언가를 제작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 투 아날로그'가 해외에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래가 외국에서 같은 식탁에 올려놔지고 사람들이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를 평가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