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산업정책에 미국 투자 급증…"한국, 고용 위축 리스크"

입력 2023-12-01 06:00
수정 2023-12-01 06:51
미국이 칩스법 등 산업정책으로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 등이 미국에 투자했다. 이로 인해 국내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주로 성장 초기단계의 신흥국에서 내놓던 산업정책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매년 신규 도입되는 전세계 산업정책 건수는 2010~2019년 연평균 250건 정도에서 2021~2022년 평균 1600건 정도로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특히 적극적이다. '칩스법'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공급망 복원력 강화, 첨단부문 주도권 확보 및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제조시설과 기술개발(R&D)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지역에 첨단 제조업 허브를 육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성장 기여도가 미미했던 제조업 공장 투자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 올 1~3분기 성장기여도가 0.4%포인트에 이르렀다. 제조업 건설지출은 컴퓨터, 전자 및 전기 위주로 증가했고, 관련 산업 취업자 수는 1~9월 15만2000명으로 2020~2022년 평균 14만1000명 대비 증가했다.

한국 주력 제조기업도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81억달러 규모(합작투자 포함)를 투자한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CJ푸드빌도 뚜레쥬르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정책 관련 자본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 증가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미국 내 공장건설과 설비확충의 영향으로 건설기계(1~10월 27%)를 중심으로 기계류 수출이 16% 증가하고, 전기차(74%), 배터리 등(14%) 산업정책 관련 품목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문제는 산업기반이 완전히 이전되면 국내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주요국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정교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