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무대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 중이다. 헤일리는 연령, 성, 인종, 종교, 커리어 등 모든 면에서 확장성이 가장 강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헤일리는 올해 51세다. 81세 바이든 대통령과 77세 트럼프 등 제론토크라시(장로정치) 대선판에서 차별화되는 ‘젊은 피’다. 헤일리는 7명의 공화당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바지 정장을 고집하는 다른 여성 정치인과 달리 치마 정장에 5인치 하이힐로 여성성을 강조한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등 여성 인권 문제에서도 공화당 후보 중 가장 전향적이다.
출신 배경과 가족 구성도 다양한 계층의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살 만하다. 헤일리는 인도 이민 2세, 남편 마이클 헤일리는 입양아 출신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시크교도였지만, 결혼 전 남편을 따라 감리교 세례를 받았다. 결혼식도 시크교 사원과 교회에서 두 번 치렀다. 남편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방위군 소령으로, 올여름부터는 아프리카 지부티에서 근무 중이다. 올봄 맞은 사위는 흑인이다.
행정과 외교 경험도 두루 갖췄다. 미국 최연소(38세)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두 번 역임한 뒤 유엔대사를 지냈다. 트럼프와 달리 국제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주창한다. 유엔대사 시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군사 타격해야 한다고 하는 등 ‘네오콘’ 성향의 대북 강경론자다.
억만장자와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이 ‘반(反)트럼프’ 기치 아래 줄지어 헤일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돈줄’로 통하는 석유 재벌 찰스 코크를 비롯해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시타델그룹의 켄 그리핀 등은 물론 민주당 후원 기업인 중에도 헤일리 지지를 선언한 사람도 있다.
헤일리를 의식한 트럼프의 반응은 역시 그답다. 헤일리를 ‘새대가리’로 부른 트럼프는 얼마 전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새장과 새 모이를 보냈다. 세계가 주목하는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 첫 시험대는 내년 1월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