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정몽준 명예이사장)은 미국 외교계의 거목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타계 소식에 "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 국민의 평생 친구였으며 우리는 그분의 현명한 조언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추모의 글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큰 공헌을 한 키신저 전 장관의 서거를 애도한다"면서 "무엇보다 세계질서 유지에 대한 키신저 전 장관의 열정과 통찰력은 후학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며 그분의 업적을 기리는 것은 국제관계의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6.25전쟁 당시 하버드 대학원의 학생이었던 키신저 전 장관은 1950년 한국을 방문하여 전쟁발발 과정을 분석하셨다"며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힘의 우위를 활용하여 주요 지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그분의 보고서는 향후 공산주의 세력을 대응하는데 기초가 됐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향년 100세로 타계한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수교와 미·소 데탕트(긴장 완화) 노선 등을 추진해 탈냉전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1975년 유엔 총회에서 남북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을 두루 만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정몽준 명예이사장과도 10년 넘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북핵 문제와 동북아시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정 명예이사장과 장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정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키신저 전 장관을 기념하는 기금 100만달러를 미 싱크탱크 등에 기탁하기도 했다.
인연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굳건한 공조로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